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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2-14 11:26
[주간우리만화]정용연의 국토지리여행-'검은 용'
 글쓴이 : 우만연
조회 : 1,521  
   http://urimana.tistory.com/16 [528]

여주 여강 봉미산 기슭에 자리 잡은 천년 고찰 신륵사.

2009년 6월 신륵사를 처음 찾았을 때 강 저편은 모래사장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본적격인 더위가 찾아오기 전이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강바람을 맞으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콘크리트 제방으로 둘러싸인 서울 한강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극락보전을 비롯 조사당과 고려 삼층석탑 고려전탑등 문화재가 즐비한 경내를 돌아본 뒤 강월헌에

올라 바라본 강풍경은 마치 옛 그림을 보는 듯 했다.

조선후기 실사구시 정신으로 이 땅의 산하와 풍속을 기록한 이중환의 “택리지”엔 이곳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강 북쪽에는 신륵사(神勒寺)가 있고 절 곁에는 강월헌(江月軒)이 있는데 강을 임한 바윗돌이 아주 기이하다.

강 남쪽 밑에 마암(馬巖)이 있고 바위 밑에는 검은 용이 산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과연 그랬다.

신륵사에서 왔던 길을 따라 7~8백미터 쯤 거슬러 올라 여주대교를 건너면 강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영월루가 나오는데 그 아래가 바로 마암이다.

여주목사의 선정을 기리는 비석거리를 돌아본 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을 따라 마암으로 향했다.

기암절벽을 타고 조심스레 한발 한 발 내디디며 아래로 내려가니 강물이 금방이라도 사람을

집어삼킬 듯 소용돌이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저 아래 잠들어 있을 검은 용.

우리 모두는 어느 날 보게 되리라.

깊은 저 강물을 박차고 올라 비바람을 부르며 구름 사이를 날고 있는 검은 용을.

이태 뒤인 임진년은 흑룡의 해라 하지 않던가!

 

하지만 이듬해인 2010년 5월. 신륵사를 찾았을 때 검은 용은 떠나고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4대강 사업으로 살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강월헌에서 바라본 강은 온통 시뻘건 흙탕물과 희뿌연 부유물로 뒤덮여 있었다.

가물막이로 막아둔 기나긴 제방위로 덤프트럭은 쉬임없이 흙을 퍼 나르고 포클레인이 강을 파헤치고 있었다.

강 곳곳에 오탁방수용 띠가 있었지만 흙탕물을 막기엔 역부이었다.

물놀이를 즐기던 모래밭은 흙더미로 산을 이루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파헤쳐진 강으로 엄청난 규모의 펌프가 배수관을 통해 시뻘건 흙물을 쏟아내고 있었고 곳곳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경고판이 강과 사람사이를 가르고 있었다.

왜가리 한 마리가 강위를 날며 먹이를 구하고 있었지만 여의치 않은 듯 날개만 퍼득거렸다.

굽이치고 여울져 흘러가며 수많은 생명을 보듬던 강!

강은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2012년 10월. 다시 강월헌에 올랐을 때 강 저편은 콘크리트 제방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뒤엔 자본의 힘으로 쌓은 콘크리트 건물이 주변을 압도하며 흉측하게 서 있을 뿐...

2013년 1월. 신륵사를 돌아본 뒤 여주보, 이포보와 함께 4대강 사업으로 쌓은 강천보를 찾았다.

거대한 댐, 거대한 수로...

콘크리트로 물을 가둔 인공구조물에는 새 한 마리 날아들지 않았고 겨울임에도 녹조로 가득했다.

홍수를 예방하고 강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22조원을 쏟아 부은 4대강 사업의 실체다.

거처를 잃고 떠난 검은 용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저자 정용연은


1968년생

멀리 모악산이 바라다보이는 김제 들녁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 청소년기는 서울 청량리에서, 성인이 된 뒤에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살았다. 이십 대 초반, 백성민 선생 문하에서 1년 동안 만화 수업을 받았고, 이십 대 중반에 만화 운동 단체인 <작화 공방>에서 잠시 활동했다,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중후반까지는 만화 외 일들을 했으며, 이후 창작 만화를 그리고 있다.


작품목록

<주간 만화>에 단편 만화 '하데스의 밤'으로 데뷔.

월간 <민족 예술>, 월간 <참여와 혁신>, <한겨레신문>에 만화 연재.

다큐멘터리 만화 <사람 사는 이야기> 1,2에 '나무 이야기' 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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