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여독서

2010년 10월. 북한산 케이블카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가 처음 뵙게 된 지리산 호랑이 함태식 선생님.

지리산에서 40년을 사셨던 분으로 지리산 정화운동에 크게 힘쓰시고 조난에 빠진이를 구하기 수십명이다.

선생의 명성을 익히 들어온 나는 뒷풀이 자리에서 캐리커처를 그려 드렸다.

선생은 내게 답례로 붓글씨를 하나 써주셨는데 바로 유산여독서 遊山如讀書 였다.

산에 드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퇴계 이황이 쓴 글이라 했다.

천원짜리 화폐에서만 보던 퇴계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조선의 성리학자 퇴계 이황. (1501- 1570)

성리학은 중국 송대 주자로부터 시작되었으나 그 꽃을 피운 건 아이니컬하게도 중국이 아닌 조선이었고

그 정점에 퇴계가 있었다.

퇴계는 산을 사랑했다.

어린시절 공부하러 청량산으로 가기 시작한 뒤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청량산길을 걸었다.

산을 오르는 것으로 심신을 단련하고 학문을 연마했다.

그가 남긴 시편과 기행문들은 그가 얼마나 산을 사랑했는지 보여준다.

2012년. 그가 후학을 기르기 위해 열었던 도산서원을 둘러본 뒤 그가 청량산으로 가기 걸었던

길(예던길)을 따라 걸었을 때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깎아지를 듯한 절벽아래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강물과 그늘을 길게 드리운 낙낙장송,

고즈넉한 강마을...

‘도산십이곡’에서 노래한 풍광이 바로 여기 있었던 것이다.

고인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못뵈

고인을 못뵈도 녀던길 앞에 있네

녀던길 앞에 있으니 아니 녀고 어쩔고

물아일치로 자연과 하나가 되어 지극한 도에 이르려 했던 퇴계.

감히 말하건데 퇴계는 내 산행의 롤모델이다.

::저자 정용연은

1968년생

멀리 모악산이 바라다보이는 김제 들녁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 청소년기는 서울 청량리에서, 성인이 된 뒤에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살았다. 이십 대 초반, 백성민 선생 문하에서 1년 동안 만화 수업을 받았고, 이십 대 중반에 만화 운동 단체인 <작화 공방>에서 잠시 활동했다,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중후반까지는 만화 외 일들을 했으며, 이후 창작 만화를 그리고 있다.

작품목록

<주간 만화>에 단편 만화 '하데스의 밤'으로 데뷔.

월간 <민족 예술>, 월간 <참여와 혁신>, <한겨레신문>에 만화 연재.

다큐멘터리 만화 <사람 사는 이야기> 1,2에 '나무 이야기' 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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