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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6-05 12:06
[회원동정] 원혜진'아!팔레스타인' 출간
 글쓴이 : 우만연
조회 : 2,556  
   팔레스타인1권_보도자료.pdf (785.8K) [1] DATE : 2013-06-05 12:06:07
   팔레스타인2권-보도자료.100239.pdf (602.6K) [0] DATE : 2013-06-05 12:06:07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22130 [772]

테러리스트라고요?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서평]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담은 만화 <아!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가자 지구 공습이 계속되면서 어제 하루에만 20명 넘게 숨졌습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고 이에 맞서 팔레스타인도 보복공격에 나서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화면은 폭발음과 비명소리로 덧씌워져 있다. 온갖 전쟁무기와 솟구치는 화염, 급하게 움직이는 군인과 절망에 신음하는 피난민이 엇갈린다. 지상파 뉴스에서 분쟁지역 보도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늘 국제소식의 한 꼭지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도 그 중 하나다. 익숙함 때문일까. 기껏 1분 남짓한 보도는 거리감으로 가득하다. 마치 실재하지 않는 것처럼.

1990~1991년의 걸프전은 미디어에 의해서 '중계'된 첫 번째 분쟁으로 꼽힌다. 서구의 방송들은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첨단무기들의 사용을 손에 잡힐 듯 보도했다. 언뜻 화려하게까지 보이는 화면들은 전쟁조차 '게임'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선두에 섰던 <CNN>의 종군기자 피터 아넷은 시청자들에게 "바그다드 하늘은 불꽃놀이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을 정도다. 그러나 1991년 2월 28일에 걸프전이 종결되기까지, 이라크에서만 2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비일상적인 죽음들이 '일상적'으로 전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만큼 우리도 무뎌졌다. 누군가는 한국사회에서도 억울한 죽음이 이어지는데, 멀고 먼 땅의 분쟁이 중요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이곳에서나, 그곳에서나 다르지 않은 점이 있다. 당사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가족·친구·연인을 잃고 울부짖는 모두가 하나같이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그 앞에서 국가·인종·종교의 차이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을 읽는다면, 그것은 더 분명해진다.

치우치지 않고, 쉽게 만나는 팔레스타인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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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 여우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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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혜진의 만화 <아! 팔레스타인>(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여우고개 펴냄)은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담았다. 4년간의 긴 작업을 걸쳤고, 매주 <오마이뉴스>에서 연재되고 있다(관련기사: [만화] 아! 팔레스타인). 이번 책은 두 권의 기획 중 첫 번째로, 팔레스타인의 과거를 다룬다. 다음 권은 팔레스타인의 현재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아! 팔레스타인>은 두 가지 큰 미덕을 지닌다. 먼저 선과 악의 흑백논리가 배제된 서술이다. 어떤 분쟁을 조명하는 입장이라면, '편 들기'의 유혹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은이는 담담하게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기술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독자들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을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게끔 한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분쟁에 시달릴 소지가 많다. 게다가 그리스도교, 유대교, 이슬람교가 모두 성지로 꼽는 지역이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의 역사는 온갖 분쟁으로 점철되어있다. 가장 경건해야할 '모두'의 성지는 역설적으로 늘 피에 물들었다. 그 다사다난함만큼 팔레스타인 역사는 복잡한 흐름을 가진다. 지은이는 만화라는 소재를 통해서, 통사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두꺼운 역사책이 아니라, 직관적인 만화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얽히고설킨 배경에 접근할 수 있다.

근현대사의 비극에서 우리와 접점… 그들이 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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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와 팔레스타인의 근현대사는 비슷한 점이 많다.
ⓒ 여우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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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별 상관이 없을 것이라 여겼던 팔레스타인이 우리 근현대사와 너무도 닮아 있었습니다. 영국의 위임통치, 독립운동, 미-소를 필두로 한 유엔의 강제적 땅 분할, 이스라엘에 의한 식민 지배, 민중 항쟁…. - <아! 팔레스타인> 머리말

팔레스타인과 우리의 근현대사는 비극에서 그 접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지정학적 이유로, 팔레스타인은 늘 침략에 시달려왔다.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반도국가의 우리도 마찬가지다. 근대국가를 건설하려는 시도가 열강에 의해서 무산된 것조차 비슷하다. 팔레스타인은 20세기 초반부터, 영국의 위임통치를 겪었다. 그 기간이 1917년부터 1948년까지다. 외국인이 본다면, 일제강점기 전후의 우리 근대사와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영국의 위임통치가 끝난 이후도, 우리의 광복 직후와 판박이다.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강대국에 의해서 국토가 분할된다. 그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의 목소리가 철저히 외면 받은 것은 물론이다. 분할은 참혹한 분쟁으로 이어진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와는 달리,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작년 11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이 사이에 8일 동안 교전이 벌어졌다. 이 기간에만 1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대다수 미디어의 보도에서 팔레스타인은 '테러리스트'로 묘사된다. 특히 친이스라엘 성향의 미국 주류논조가 우리에게도 영향을 많이 미친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폭탄테러나 로켓포 공격이 이스라엘의 보복을 불러오고, 이것이 다시 팔레스타인의 보복으로 이어지는 '피의 악순환'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폭력행위를 옹호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입장에서라면, 무장단체의 행위는 일제강점하 '독립군 무장투쟁'과 다를 바 없다. 역사적 맥락에서 팔레스타인에게 이스라엘은 '침략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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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사건이 팔레스타인에게는 '대재앙', 이스라엘에게는 '독립기념일'이다.
ⓒ 여우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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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건호 선생은 <신문과 진실>에서 역사적 맥락이 없을 때, "윤봉길 의사는 일본군의 엄숙한 대식전을 피바다로 물들인 엄청난 사건의 '테러리스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진실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역사적 맥락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이다. 따라서 "우리 삼천만 동포가 일제의 착취와 탄압 아래에서 얼마나 신음하고 있었느냐"를 이해한다면, 윤봉길 의사의 행위는 장거가 된다. 과연 팔레스타인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일이 옳기 만한 것일까.

팔레스타인에 출생증명서를… 기권을 선택한 대한민국이 부끄럽다

작년 11월 30일, 유엔에서는 의미 있는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팔레스타인에게 `비회원 옵서버 국가(non-member observer state)'의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이는 팔레스타인이 간접적으로나마 국가로서 인정받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수반인 마무드 압바스는 표결에 앞서 "유엔이 팔레스타인에 `출생증명서'를 발급해 달라"고 호소했다.

결의안의 통과로 팔레스타인은 유엔의 각종 국제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 공습, 민간인 공격, 유대인 정착촌 확대 등을 제소함으로서,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결의안의 투표결과는 193개 회원국 가운데 찬성 138, 반대 9, 기권 41 이었다. 즉 3분 2가 넘는 국가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했다. 특히 친이스라엘 성향의 미국의 반대를 넘어선 것이 주목받았다. 이는 그간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에 있어서, 국제여론이 이스라엘의 지나친 폭력을 우려한 결과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선택이다. 우리는 투표에서 기권했다.

표결 직후, <연합뉴스>는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이런 방식이 평화협상에 도움이 안된다는 인식과 우방인 미국 등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유엔대표부의 발언을 보도했다. 미국의 눈치를 본다고 스스로 고백한 꼴이다. 국제여론이 인정하는 최소한의 균형조차 맞추지 못했다. 팔레스타인과 비슷한 근현대사를 겪은 처지임에도 말이다. 그저 부끄럽다.

우리도 자유롭지 않은 차별의 굴레

이 책을 읽다 보면 '민족', '혈통' 위주의 집단의식이 어떤 파멸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 대한민국도 분명 '한민족의 국가'다. 탈북자나 조선족을 차별하는 현상에서 보듯이 한민족 안에서도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한민족'에 속하지 않는 이는 대한민국에서 영원한 비주류일 수밖에 없다. (…) 한국 기업과 아시아 노동자들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신한 것은 비단 이스라엘의 유대인만도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지금, 여기에서" 꼼꼼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 박노자의 추천사

<아!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근본원인이 차별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우리'만이 우월하다는 배타적인 집단의식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하지만 그것이 비단 가자지구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박노자가 추천사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도 차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다.

2011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어업 이주노동자 중 84%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조사됐다. 또한 93.5%는 폭언을, 42.6%는 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도 우리의 58.9%가 새터민에 대한 '거리낌'을 지녔다는 설문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 양상과 정도는 다를지언정, 우리에게도 차별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언젠가는 분쟁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은 그저 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와 비슷한 근현대사가 낳은 비극이고, 가까운 미래의 예고편일는지 모른다. 유엔에서 수많은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향해 표를 던진 이유는, 그러한 반성에서 기인하지 않았을까. 우리에게는 아직 더 많은 성찰이 필요하다. <아! 팔레스타인>을 함께 읽어보자.


| 저자 : 원혜진 |한겨레출판만화창작학교졸업.《 이어달리기》(이미지프레임, 2006)의〈몸살〉편을시작으로본격적인만화가의길에들어섰다.4년간《아! 팔레스타인》을 작업하며 만화작가로서의 삶에 더욱 큰 뜻을 두게 되었고, 역사적 진실을 다루는 만화에도 큰 관심을기울이게되었다. 출간한책으로는《책으로집을지은악어》(주니어김영사, 2010),《 아멜리아에어하트》(비룡소, 2012)등다수가 있다. rella91@empal.com
| 감수자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한국에서 전쟁과 한국군 파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반전?평화운동에 대한 많은 관심이 생겨났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도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시작되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을 끝내도록 압박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로 이스라엘에 대한 BDS(보이콧, 투자 철수, 경제 제재)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아! 팔레스타인>, 원혜진 지음,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여우고개 펴냄, 2013년 1월, 1만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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