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화연대 시국선언문
지난 4년간 대한민국을 극단의 갈등으로 몰아넣은 권력의 실체가 밝혀졌다. 십상시, 문고리 권력 등 풍문으로만 어렴풋하게 들려오던 국정농단 세력의 실체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선명하게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까도 까도 속살이 새로 드러나는 양파처럼 매일 매일 새로운 부패스캔들과 비리혐의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이들 무리는 그동안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미 흉포한 범죄 집단에 다름 아니다. 사리사욕을 위해 국정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친인척 배치를 위해 인사에 전횡을 일삼았다는 증거와 증언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과 청와대는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최순실 무리들의 국정개입, 불법적인 자금모금, 권력 남용만으로도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은 완전히 무너졌다. 한 톨의 진심도 느껴지지 않는 사과문과 독단, 불통으로 점철된 미봉책으로 국면을 전환하려하지만, 이미 민심의 거대한 파도는 엄중하고 분명하게 최순실-박근혜 정권에 국정을 더 이상 맡길 수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핵심이자 주역으로 만화와 웹툰을 꼽으며 한껏 치켜세웠던 정권이 실상은 최순실, 차은택의 손아귀에 놀아났다는 점은 만화를 넘어 문화예술인에 대한 치욕이자 모욕이다. 의식 있는 만화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이 박근혜 정권하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건의 진상이 이따위 조악한 인사들의 개념 없는 국정농단에 기인한다는 진실 앞에 비통하고 애통한 심정뿐이다.
만화를 포함하여 문화콘텐츠산업 진흥의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온갖 추문의 진원지가 된 것도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김종 차관, 김종덕 장관, 김상률 교육문화수석,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문체부를 좌지우지했던 인사들이 국민에 복무하지 않고 최순실, 차은택에 복종한 사실에 우리 만화인은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차은택의 은사였고,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차은택의 외삼촌이었으며,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차은택의 광고계 대부로 통했다. 4대 국정 지표 가운데 하나인 ‘문화융성’, 7000억 원 대의 문화창조센터 건립, 13조원대의 평창동계올림픽 등 문체부의 핵심 사업들을 최순실, 차은택의 치부 수단으로 전락시킨 행위는 결코 용납 할 수도 용납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진상규명이 왜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지, 왜 보수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역사로 국정교과서를 개정하려 했는지, 위안부 피해자들이 극렬히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왜 위안부 합의를 졸속으로 처리했는지, 왜 통일의 초석 개성공단을 뚜렷한 이유도 없이 폐쇄했는지,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왜 그토록 병사로 바꿔치려고 했는지, 왜 블랙리스트로 의식 있는 문화, 예술인을 배제하려 했는지 명명백백히 알게 되었다.
그런데, 스스로 자초한 시국이 이리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국민과 소통할 생각은 꿈도 안 꾸고 오히려 여당의 대표조차도 모르는 나 홀로 개각으로 무능과 불통의 정치를 다시 한 번 보여줌으로써 시름 깊은 국민의 뒤통수를 치고 있다.
이에, 우리 만화인은 최순실-박근혜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최순실-박근혜 정권은 국민적 저항으로 더 큰 불행을 자초하기 전에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라!
하나. 최순실-박근혜 정권과 함께 국정 파탄에 공동 책임이 있는 새누리 당은 해체하고, 친박 세력은 정계를 은퇴하라!
하나. 세월호, 백남기 농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 철저히 진상규명하고 피해자들과 국민 앞에 사죄하라!
하나. 각 사건에 국민이 임명하는 특검을 통한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
2016년 11월 3일
(사)우리만화연대 와 만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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