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08-20 10:40
|
"원작과 다르잖아? 어, 근데 재밌잖아 !" (세계일보)
|
|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580
|
만화 ‘풀하우스’는 1990년대 소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원작 만화를 TV 화면으로 옮긴 송혜교·비 주연의 KBS 드라마 ‘풀하우스’도 어느새 시청자들에게 성큼 다가서고 있다. 시청률 1위였던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지난주 종방된 뒤라 앞으로 ‘풀하우스’ 독주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원작자 원수연씨와 드라마 제작진은 고민이 많다. 항의성 메일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리 다르고 못마땅해 생난리들인가.
우선 서울이 무대가 될 수밖에 없는 드라마와는 달리 원작 배경은 영국이다. 원수연씨는 “이국적일 것, 즐거울 것, 그리고 가벼울 것. 원작 만화는 이 세 감각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또 그 같은 설정은 만화라는 자유로운 공간에서 한껏 살아나 90년대 소녀들을 웃기고 울렸다. 여기에다 순정만화 특유의 달콤하고 몽환적인 그림이 더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현실세계에 앵글을 맞춰야 하는 드라마에는 환상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달콤한 그림도, 구름 낀 런던의 하늘도 화면에 나오기 힘들다. 드라마는 만화에 비해 훨씬 제약이 많은 공간이니까.
◇라이더(왼쪽), 이영재<비>
원작의 남주인공인 라이더 베이는 귀족인데다 영국 최고의 영화배우. 당연히 상류층의 세계가 펼쳐진다. 라이더는 여성에 대한 매너도 완벽하다. 가끔씩 싹수없이 굴고 정나미도 떨어지는 드라마의 ‘왕자님’과는 질적으로 다른 캐릭터다.
드라마 제작진은 ‘왕자님’인 이영재(비)에 대해 “영화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청춘 스타로 아시아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배우, 항상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고집이 센 사람”이라고 말한다. 역시 라이더와는 거리가 먼 캐릭터다.
원작의 여주인공인 엘리는 한국계 영국인. 신분은 시나리오 작가도 아니고 그 지망생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드름이 난 턱을 삐죽 내밀고 쉴새없이 수다를 떨면서도 발랄하고 지적인 분위기로 매력을 떨치는 여성이기도 하다.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을 한마디로 제압하는 재치도 있다. “바람기 많은 라이더가 왜 엘리를 선택했을까”라는 비아냥조의 질문에 “(저는) 바람이 머무르는 곳이니까요”라고 대꾸하기도 한다. 반면 드라마 속 신데렐라인 한지은(송혜교)은 “똑똑한 척하지만 어수룩하며 정에 약한 미련 곰탱이”로 설명된다. 엘리 캐릭터가 진화한 것일까, 퇴보한 것일까.
◇엘리(왼쪽), 한지은<송혜교>
원작 팬들이 드라마에 실망하는 것은 외모와 성격뿐 아니라 분위기부터 딴판이기 때문이다.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점에선 두 여주인공이 비슷하지만, 엘리의 지적인 분위기 대신 한지은에게선 어리벙벙한 모습만 짙게 내비친다. 원작 팬들은 이영재도 ‘신사’ 라이더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치하고 조잡하다며 꼬집는다.
하기야 원작에서 기본 얼개만 가져왔을 뿐 전혀 다른 캐릭터와 분위기, 엉뚱한 전개를 펼쳐야 하는 드라마가 원작 팬들에게 어찌 좋아 보이겠는가. 그러나 어쩌랴. 만화는 만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니…. 원작자 원씨는 홈페이지를 가득 메운 비난 메시지에 대해 “드라마는 드라마, 만화는 만화로 받아들여 또 하나의 새로운 풀하우스를 즐겨 달라”고 주문했다.
김지희기자/kimpossible@segye.com
|
|
HOME > 우만연 웹진 > 문화계 소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