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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05-25 18:42
“두 얼굴의 박정희 적나라한 초상화” (경향신문)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3,441  

“우리 사회에 잔존하고 있는 ‘파시즘’과의 싸움이죠. 박정희 개인을 폄훼하고픈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냉정히 평가하자는 겁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출간 전부터 관심을 모은 ‘만화 박정희’의 저자 박순찬 화백은 “왜 박정희인가?”란 질문에 명료하게 답했다.

지난해 5월 제작발표회를 가졌으니 작업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 애초 지난해 광복절에 맞춰 발간하려 했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작업량도 늘고 시나리오 작업도 더뎠다. 아직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늘이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시사만화작가회의 사무실에서 밤새 그리다가 회사에 출근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죽은 박정희가 산 박순찬을 잡는다’고 주변에서 그러더라고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시사만화 인터넷신문인 ‘뉴스툰’에 박정희 만화를 그려달라고 의뢰했을 때 선뜻 나선 것이 고난의 시작이었다. ‘박정희’란 단어가 가지고 있는 모순과 휘발성, 폭발력을 느끼면서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로서의 박정희를 해부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처음에는 시사만화의 장점을 살려 비판적으로 그리려고 했는데 그리다보니 차분히 인간 박정희의 모습을 전달하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박정희를 다룬 만화지만 실제는 박정희가 집권했던 1960~70년대의 한국근현대사를 짚어보는 만화가 됐지요.”

이 책엔 박정희 재임 시절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이 대부분 담겨 있다. 김대중납치, 인혁당사건, 김형욱 실종, 정인숙 피살, 한·일수교, 육영수여사 저격사건은 물론 조선일보 방우영 회장과 즐겨했던 ‘밤문화’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박정희의 엽색행각 다음 페이지엔 몸에 석유를 붓고 분신하는 전태일의 모습이 담겨 있다. 박화백이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한국의 경제발전은 박정희가 아니라 전태일 같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최근엔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경우처럼 박정희 유족들이 소송을 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화백은 “감추려는 것이 드러났을 때 사람들은 당혹감을 느낀다. 박정희는 여전히 민족중흥의 영웅, 근대화의 아버지, 경제개발의 신화로 추앙받는데 그 이면에 숨겨진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라며 “소송에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만화 박정희’의 최대 장점은 사실적인 그림.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박화백은 등장인물 수백명의 사진을 일일이 찾아 최대한 비슷하게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박정희 캐릭터는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모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잘 모르는 것이 박정희의 친일과 독재전력이다. 인간 박정희의 가면을 벗긴 ‘만화 박정희’는 44년 전 ‘대통령 박정희’를 있게 한 ‘5월16일’ 전국 서점에 배포됐다.

〈글 김준일기자 anti@kyunghyang.com〉
〈사진 김영민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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