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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01-20 11:25
이현세,"만화는 꿈을 그리는 작업" (오마이뉴스)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3,355  
지난 4일, 동장군이 매서운 기세로 다가와 온 세상을 얼어붙게 만들던 날. 그 모든 차가움을 포근하게 감싸 줄 것만 같은 미소와 순수한 눈망울을 가진 만화가 이현세를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최근 <한국사 바로알기>라는 책을 낸 그는 얼마 전 팬 사인회도 가졌다. <한국사 바로알기>는 우리 나라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외우기에 급급해서 흥미있게 공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 역사의 전체적인 줄기가 잡히지 않으며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거의 잊어버리는 게 다반사이다.

하지만 만화로 역사를 보여주면 재미도 있고 기억에도 더 오래 남으며 공부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 또한 우리 나라의 역사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고, 만화를 그리면서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 사랑을 만화로써 보답하기 위한 마음도 있었단다.

색약이었지만 만화가 좋아서 시작했다

▲ 2005년 1월 4일 이현세 작업실
ⓒ2005 전영
"만화가 좋아서 시작했습니다. 그 시대에는 만화를 직업으로 삼는 게 힘들었죠. 대학입시 때는 신체검사에서 색약이라는 판정이 나와 미대지원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남들보다는 그리는 재주가 좋다는 생각에 무작정 만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요즘처럼 애니메이션이 발달하고 칼라로 그림을 그렸으면 만화를 할 생각조차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때는 흑백으로 그리면 되었기 때문에 만화를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거죠."

만화가가 그림만 잘 그려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문예창작과에서 청강을 하면서 만화에 대한 열의를 불태웠다. 지금까지 지치지 않고 만화와 인생을 같이 걸어온 이씨는 "내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형상화시킬 수 있고 매일매일 새롭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생각이 나고, 내가 꿈꾸는 것들을 실현시킬 수 있어서 만화를 쓰고 그립니다"고 말한다.

까치와 엄지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었나

우리의 어린 시절을 즐겁게 해줬던 친구들 까치와 엄지. 그 둘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둘의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했다.

"캐릭터가 쉽게 나오진 않았습니다. 캐릭터의 성격은 비교적 쉽게 잡혔지만 외형을 만드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렸죠. 내면에 시한폭탄을 가지고 있는 반항아, 그러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고뇌와 우수를 가지고 있는 사나이의 캐릭터를 가진 인물이 까치였습니다. 반면 눈부신 천사 같지만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현실의 유혹에 흔들릴 수 있는 여자,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봤을 때 사랑할 수 있는 여자의 성격을 가진 캐릭터가 엄지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캐릭터의 외형을 만드는 것이 너무 힘들었죠."

그는 처음에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드는 방향으로만 접근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림만으로 도대체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했던 어느날 특별한 캐릭터라는 것이 그림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성격 즉, 글로써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성격에 의해서 그림이 변형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까치라는 캐릭터가 당시 다른 작가에 비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성격에 맞춰서 표현하다 보니 각진 얼굴에 우수적인 눈, 때로는 야수의 눈을 그리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어떤 다른 작가의 캐릭터보다 까치라는 캐릭터가 강렬해진 것이죠. 특별히 차별적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까치의 머리카락 정도입니다."

까치와 엄지가 탄생했던 이 시절 그는 자신이 직접 연필로 그리고 지우개로 지워가면서 모든 것을 해야만 했다. 원고 한 페이지 한 코너 마다 그만의 추억이 있고 그리움이 담겨있기 때문에, 훨씬 더 정갈하고 발전된 지금의 원고보다 그 당시 원고에 애착이 간다고 말한다. 처음 까치와 엄지가 태어났을 때의 감동을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하는 그는 잠시나마 그 당시의 추억에 젖어 있는 듯 보였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작가이고 싶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특히나 공인은 팬들의 사랑 없이는 살아가기가 힘들기 마련이다. 가수는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길 바랄 것이고 영화배우는 자신의 연기를 봐주길 바랄 것이다. 당연히 만화가는 자신의 만화를 읽어주길 바라지 않겠는가.

그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많은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에 더 이상의 욕심은 없지만, 지금처럼만 꾸준히 사랑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모든 작가들이 언젠가는 자신이 잊혀져 간다는 것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추락한다는 생각이 가장 무섭죠. 제가 가장 원하는 것은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작가로 남는 것입니다."

▲ 2005년 1월 4일 이현세씨가 기자에게 직접 그림으로 사인해주는 사진
ⓒ2005 전영
그는 한 번도 자신이 작가로서 위대하다거나 아니면 만화의 흐름에 큰 이정표를 세웠다거나 하는 등의 생각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단지 만화를 그리면서 만화라는 장르를 대중화시키고 보편화 시키는데 노력을 많이 한 작가이며, 고상하거나 예술적인 완성도가 높은 작품보다는 남녀노소 만화라는 매체를 아무 거리낌 없이 읽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조를 해온 작가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굉장히 대중적인 작가라고 표현한다.

만화는 꿈을 끄리는 작업이다

"만화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도 많은 만화를 볼 수 있죠. 그중에는 내공이 깊은 만화도 있고 그렇지 않은 만화도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간단하게 그리는데도 독자들이 아주 좋아하지요. 만화만 보면 아무나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만화와 같이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매일매일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어야 합니다. 만화란 꿈을 그리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만화가가 되기 위해선 매일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꿈을 꾸지 못하는 작가는 자신이 했던 이야기를 재탕할 뿐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정말 만화가가 되고 싶다면 자신이 몽상가적 기질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또 그는 자신의 꿈을 다른 누군가가 기획해서 작품이 될 때까지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형상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2년까지는 연재만화를 계속 하겠지만 그 이후로 연재는 하지 않을 겁니다. 연재는 마감일에 쫓겨서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제가 실제로 그리고 싶고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스토리가 생각이 나지 않아도 억지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요."

마감을 잘 지키는 작가가 프로이기 때문에 펑크를 낼 수도 없고 인기라는 괴물이랑 계속 동반해야 하기 때문에 인기가 떨어질 경우엔 연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는 이러한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만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처음 도전한 애니메이션 <아마게돈>에서 고배를 마셨으나,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다는 결의에 찬 말도 잊지 않았다. 캐릭터에 충실한 만화를 앞으로도 계속 그릴 것이라는 그는 캐릭터의 생명력은 생명감 즉,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마지막까지 강조했다.

전영(mycell)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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