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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11-21 15:09
[인터뷰] 한겨레 그림판 장봉군 화백
 글쓴이 : 신성식
조회 : 4,455  
김경환 <민중의 소리> 기자
사람,사람들 > 화제의 인물
"나는 변혁 운동의 언저리에 있는 만화가"
[인터뷰] 한겨레 그림판 장봉군 화백
장봉군 화백 / 사진제공 민중의소리
▲ 장봉군 화백 / 사진제공 민중의소리

어느 언론사건 시사만화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시사만화 브랜드명을 자신있게 낼 수 있는 언론사는 흔치 않다. 시사만화가 표현할 수 있는 날카로운 시각과 풍자, 해학 그리고 감동을 독자에게 만족스럽게 전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 사실 ‘웃기지도 못하고, 감동적이지도 못하며 시각마저 무딘’ 시사만화들도 꽤 있는 편이다.

한겨레의 시사만화들은 한겨레의 얼굴마담이라 불러도 누구하나 부정하지 않는다. 신문을 펼쳐 들었을때 만평부터 찾는 독자들이 상당하다는 평가도 종종 듣는다. 한겨레의 간판 시사만화 ‘한겨레 그림판’의 주인공 장봉군 화백을 만났다.

겨울의 문턱이라 일찌감치 노을이 질 즈음 한겨레신문사를 찾았다. 이날도 장 화백은 어김없이 마감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하시면서 할까요?”
“고맙습니다”


#1 당황
여느 만화가와는 다른 시작, 사회운동의 수단 ‘만화’


만화가가 되는게 범상치 않은 일이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만화가 인터뷰엔 어린 시절을 회상이 빠지질 않는다. 수업시간에 몰래 그림을 그리다 혼났던 기억, 멋진 그림을 친구들에게 팔아 용돈을 벌었다는 기억 등 만화가의 어린시절 회상에서 우리는 ‘훗날의 만화가’를 만나곤 한다.

장 화백도 그러겠거니 질문을 던졌다.

“어린시절에요? 만화를 그렇게 좋아했다고 보긴 힘들었어요. 다른 만화가하곤 다른 어린시절일라나? 평범하고 소극적인 학생이었다고 보면 되겠네요. 그렇다고 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학창시절엔 그림이나 만화하고 인연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네”

앗, 실수였다. 사전지식이 없다는 사실을 완전히 들켜버린 것이다. 그럼 언제부터 만화가의 길로 접어든 걸일까? 장 화백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사회변혁’이었다.

“도림동에서 교회운동을 했어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운동이었죠. 그때는 각종 운동들이 막 일어났잖아요. 좀 지나선 공장에 들어갔었죠. 1년 후에 공장에서 나왔어요. 이렇다 할 활동지시를 받지 못하고 일만 했다고 보면 되겠네”

“만화는 교회에서 처음 그렸어요. 주민들을 대상으로 소식지를 내는데 숨은 그림 찾기를 연재했어요. 우리가 알리고 싶은 내용을 숨은 그림 찾기에 담아서 연재한 거지. 그게 첫 만화라고 볼 수 있겠네요”

“공장에서 나와서 방위를 갔어요. 방위 끝날 때쯤인가? 같이 방위 근무하던 선임중에 명동성당 만화패가 있었지. 내내 몰랐는데 운동권 이었더라구”

그는 명동성당 만화패에 있다가 언더 만화패에 들어가게 된다. 80년대말 90년대 초반 당시 만화운동은 합법 출판을 통한 그룹과 비합법 출판 그룹이 있었는데 장 화백은 비합법 출판 그룹에서 활동하게 된 것. 그가 활동하는 만화패에서는 미제침략사, 한국노동운동사 등을 만화로 그려 대학가와 운동가들에게 배포하는 사업을 벌였다.

그는 조직적 활동에서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며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교회운동 할 때부터 공장 들어갈 때도 그 이후도 조직활동을 잘 못했어요. 크게 부딪히거나 문제가 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크게 발전하지도 못했지”

그는 언더 만화그룹에서 나와 살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한 것이 한겨레 독자만화 투고. 하루에 하나씩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투고했다. 조금씩 그의 그림과 이름이 독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독자투고’를 통해.

“한두개씩 실리더니 계속 실리는 거야. 좀 지나니까 연락이 오더라고. 그려보겠냐고. 한겨레로 찾아갔지”

한겨레에서 그에게 제안을 던졌다. 일주일에 한 번 그림판을 책임져 달라는 것. 박재동 화백의 활동 폭이 넓어지면서 박 화백이 ‘일주일에 하루는 쉬자’고 제안했고 때마침 장 화백은 일주일에 몇 차례씩 독자투고에 잡힐 정도로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운이 좋았지. 초대석이라는 이름으로 목요일 마다 그렸어요. 평일엔 디자인실에서 삽화도 그리고”

이름이 알려지면서 장 화백은 문화일보로 옮겼다. 문화일보에서 다시 한겨레로, 장봉군 화백은 한겨레 그림판을 매일 책임지게 된다.

“사회변혁에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지금도 그렇고. 저는 운이 좋아요.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했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회를 바꾸는데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고”


#2 소주잔을 기울이다
“변절의 시대인데...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장 화백은 파병반대 만화로 독자들에게 강한 기억을 남겼다. 이라크 파병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던 시절 장 화백은 연일 반전만화를 쏟아냈다.

“이건 운동의 시각을 다 떠나서 잘못된것이잖아. 다들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석유패권을 위한 전쟁이라고 하는데 그 조차를 떠나서도 침략전쟁에 군대를 보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의 눈빛이 빛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보내지 말았어야 했어요. 자신을 찍어준 대중의 요구를 알고 있다면 보내지 말았어야지. 지금이라도 철군해야죠.”

소주잔이 채워지면서 얘기는 정치로 흘렀다.

“유시민이 파병연장에 찬성한다면서요. 대통령이 되면 다르다나? 기분은 꿀꿀하다고? 자기 생각에 보내지 않는게 맞다면 열린우리당 내에서 파병반대 운동을 해야죠. 온갖 말을 하고 있지만 유시민은 변절한겁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죠. 시대가 흐르면서 변절한 사람도 많아요.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서 뭘 하건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는가는 크게 달라져요. 노무현 대통령이 얘기하는 진정성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저는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봐요”

장 화백은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작가회의) 초대 회장직을 맡아 작가회의 결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시사만화의 집결지 뉴스툰은 바로 작가회의의 주된 활동 중 하나.

진정성 때문이었을까? 장 화백은 작가회의 회장시절 모임의 재정을 한꺼번에 탕진하는 사고(?)를 치르게 된다. 정치인들을 만나면서 꼭 정치인에게 ‘얻어먹어야 하냐’는 문제의식에 작가들이 식사비를 내자는 의견을 낸 것.

하필이면 결정이 있고 처음 만난 정치인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였다. 이회창 비서실에서 잡은 약속장소는 시내 모 호텔이었고 그날의 식사비를 작가회의가 내겠다고 장 화백이 자신있게 말했다. 식사비 150만원. 그 한 번의 식사로 당시 작가회의 회비를 탕진해 버리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3 장봉군의 만화
영역을 넓혀가고 싶다


장 화백은 시사만화에 대해 ‘저널’과 ‘예술’의 중간, 혹은 둘 다를 포함하고 있는 복잡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분명히 저널이죠. 한 컷 안에 사건이나 쟁점, 그에 대한 관점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또 그 한 컷은 만화죠. 만화라는 장르적 특성이 드러나야 하는 것이죠. 일단 재미있어야 하고 그림이 돼야 하고..."

시사만화 한 컷을 그려내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하루 종일’ 걸린다고 한다. 중앙일간지를 모두 보고 인터넷으로 다시 보고 인터넷 주요 언론까지 보고 나서 입장을 정하고 그에 맞게 컨셉을 잡고 그려내고 나면 온 몸의 힘이 다 빠진다고.

그렇게 노력하면서도 그는 ‘내용을 잡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예전 같으면 그냥 비판하면 되죠. 구도가 명확했잖아요. 세상이 바뀌어 가니까 한 쟁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시각이 생기고 검토할 것도 많아지고, 진보진영 안에서도 입장이 다르니까 더 어렵죠. 마감하고 나서 헷갈릴때는 작가들이 모여요. ‘어떻게 그렸냐’ ‘이게 맞냐’ 서로 확인하고 그러죠”

장 화백은 시사만화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중심의 시사만화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문화생활, 사회의 각 분야의 내용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것.

“정치 이슈를 다루면 영향력이 높아져요. 그래서 정치를 많이 다루죠. 그렇지만 정치 이외에도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일반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문제의 범위는 훨씬 넓어졌잖아요? 그런 문제들을 많이 그려갈려고 합니다.”

스토리 만화를 생각해 본적은 없는지 궁금했다. 한 컷의 예술로 불리는 시사만화는 상당히 매력적인 작업이지만 긴 호흡을 가진 스토리 만화 역시 만화가로서 언젠가는 그리고 싶지 않을까.

“한겨레 그림판 8년동안 하고 있는데요. 8년동안 그 고민을 했습니다. 스토리 해보고 싶다. 준비해야 겠다. 아직까지 고민만 하고 있어요. 나도 노후 설계를 해야 하는데. (웃음)”

만화 얘기로 넘어섰다.

한국만화에 대해 장 화백은 “독자들이 만족할 만큼의 실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들을 만족시킬 컨텐츠들이 많아야 한다는 것.

“만화는 여전히 ‘가능성’이 무한한 장르입니다. 매력적인 장르기도 하고. 사람의 생각을 전하는데도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죠. 하지만 아직 한국만화는 폭이나 깊이 어느것에서도 독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할까요? 한국영화가 사랑을 받는 건 정책적 뒷받침도 있겠지만 일단 볼만한 영화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노력의 성과죠.”


#4 아쉬운 술자리
만화가와 나눈 대화, 한국사회 변혁


장 화백과의 만남은 만화로 시작했고 만남의 이유도 만화였지만 오가는 대화엔 만화 보다는 다른 얘기가 더 많았다.

교원평가제, 검찰 개혁, 노무현 정부, 진보운동, 언론...

‘한국사회 변혁’을 꿈꾸며 시작한 만화가의 삶. 장 화백은 꿈을 버리지도 않았고 그의 만화 는 여전히 ‘한국사회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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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김선아] 2005-11-21 오전 11: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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