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
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말로 공자께서 괴이한 일, 난동부리는 일, 그리고 귀신에 관해
말씀하지 않았다는 뜻이라 한다.
성리학이 지배 이념이었던 조선의 유학자들에게 괴력난신은 절대 가까이 해선
안되는 것이었다.
괴력난신을 가까이 하는 자, 성현의 말씀을 거역하는 자로 치부되어 매장 당했다.
당연 기이한 이야기들은 기록되지 않았고 글을 모르는 무지렁이 백성들 사이에서 떠돌다
사라져 갈 뿐이었다.
...
지난 20세기가 산업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특히 이야기는 문화 산업의 뼈대로서 갈수록 중요도를 더해가고 있다.
그리하여 지자체들은 저마다 문화원형을 발굴, 육성. 활용하기에 여념이 없지 않은가.
만약 괴력난신이라 일컫던 기이한 이야기들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면 이 나라의
문화산업은 한층 더 발전하지 않았을까?
고려가요가 조선의 성리학자들에 의해 ‘남녀상열지사’로 치부돼 불태워졌듯이 역사에서
사라져 간 괴이한 이야기들은 지금 어디서 떠돌고 있는 것일까?
그 이야기들을 고갯길 서낭당 아래에서 들을 수 있을까?
뒷산 소나무 숲에서 들을 수 있을까?
아니면 마을 어귀 당산나무 가지 아래에서 들을 수 있을까?
그 것도 아니면 오래된 폐사지 주춧돌 위에서 들을 수 있을까?
봄이 오는 길목. 이 땅을 떠나는 기러기떼의 사이에서 떠돌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 어쩌면 내 작업실 책장 어딘가에서 머물고 있을 지도 모르지.
켜켜이 쌓인 책 먼지.
난 오늘도 우리 조상들이 남긴 책의 행간에서 미확인물체인
UFO를 찾아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