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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1-16 15:18
[주간우리만화]정용연의 국토지리여행
 글쓴이 : 우만연
조회 : 1,615  
   http://urimana.tistory.com/3 [343]

<국토지리여행>을 떠나기 앞서

 

산자분수령 (山自分水嶺)

산이 곧 분수령이다.


고산자 김정호 선생이 대동여지전도 발문에 쓴 글입니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는 원리를 단 한마디로 설명하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산은 물은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습니다.

휘돌아 갈뿐이지요.

 

삼천리 금수강산.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일컫는 말입니다.

어디를 돌아보아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요.

적어도 근대 이후 본격적인 개발이 이루어지기는 전까지는 말입니다.

 

조선시대엔 숲을 보호하기 위해 봉금지대를 지정하는 등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함부로 나무를 베었다가는 봉변을 당하고 말았지요.

하지만 일제는 우리나라 산림의 70%를 파괴했습니다.

김동인의 단편소설 ‘붉은산’은 이러한 배경에서 쓰여졌지요.

천하에 다시없는 무뢰배 삵이 죽어가는 순간 간절히 보고 싶어 하던 산.

그 것은 나무가 없어 맨살을 그대로 드러낸 붉은 산이었습니다.

붉은산은 바로 헐벗은 조국산하를 상징하지요.

 

한국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갔습니다.

전쟁기간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고 수많은 이산가족이 가족의 생사를 몰라 애타해야 했습니다.

전쟁 고아들이 넘쳐난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생활터전인 도시와 농촌은 파괴되고 산은 불살라져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문화재가 전쟁의 포화 속에 사라졌습니다.

 

전쟁 이후 한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굶주림에 하루하루가 힘겨웠던 국민은 비만을 걱정하고 다이어트 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헐벗었던 산은 울창한 숲으로 변모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룬 놀라운 경제성장은 많은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엄청난 노동강도를 견뎌야 했고 청년들은 달러를 벌기 위해 머나먼 타국 월남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쟁에 참가했던 많은 이들이 지금도 고엽제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사람만이 아닙니다.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엄청난 자연의 파괴가 있었습니다.

특히 독재세력은 경제개발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무차별적로 산을 파괴하고 바다를 메꾸고

하천을 가두었습니다.

공장 굴뚝에서 나온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그물망처럼 연결된 도로에선 수많은 자동차들이

배기가스를 배출합니다.

홍수예방과 전력공급이란 명분으로 대형댐들을 건설, 강물은 마르고 이상기온이 연일 이어집니다.

어쩌면 독재세력에게 자연은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한 마법상자였을지도 모릅니다.

경제성장을 통해서만이 자신들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물론 경제성장의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균등하게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만신창이가 된 국토.

국토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역대 정부는 폐수로 오염된 하천을 살리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하수 처리장을 만들고

오염원을 찾아 오염물질이 하천에 유입되지 않기 위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결과 전국의 크고작은 하천은 수질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일례로 시커먼 폐수가 흘러 악취로 진동하던 중랑천에 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한 거지요.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한 순간에 비웃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명박씨입니다.

건설사 사장 출신이자 토건세력의 지지를 받는 그는 4대강 사업이란 미명하에 천문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강 파괴에 앞장섰습니다.

그리고 불과 몇 년만에 금빛 모래를 자랑하며 굽이굽이 흐르던 4대강은 거대한 수로로 변모하고야 말았습니다.

녹조로 수만마리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군사 독재자 박정희와 전두환도 해내지 못한 일을 국민이 뽑은 민간인 대통령이 해낸 것입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완공으로 이제 물은 흐르지 않습니다.

연중 내내 고여있거나 아주 느린 유속으로 흐를 것입니다.  

더불어 그의 필원 사업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끝나면 물은 아래로 흐른다는 말은 옛말이 될 것입니다.  

고산자 김정호 선생이 대동여지전도 발문에 쓴 산자분수령. 즉 산은 스스로 분수령이 되지 못하고

갑문을 타고 산을 넘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물줄기가 보와 댐 앞에서 가로막혀 흐르지 못할지라도 백두산에서 이어져온 능선이 도로공사로 허리가

잘렸을 지라도 여전히 보듬어야 할 내 나라 내 땅입니다.

우리세대가 발딛고 살아가야 할 땅일 뿐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땅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뜨고 이나라 역사를 알게 된 이후 이 나라 구석구석 돌아보기를 소망했더랍니다.

앞으로 제가 쓰고 그릴 <국토지리여행>은 그 같은 소망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때론 산정상에서 때론 옛 사람들이 넘나들던 고개에서 때론 굽이치는 강가에서 때론 오래된 유적에서

때론 파괴의 현장에서 때론 옛 문헌을 들춰내며 자연을 이야기하고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을 이야기 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1월 정용연








::저자 정용연은


1968년생

멀리 모악산이 바라다보이는 김제 들녁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 청소년기는 서울 청량리에서, 성인이 된 뒤에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살았다. 이십 대 초반, 백성민 선생 문하에서 1년 동안 만화 수업을 받았고, 이십 대 중반에 만화 운동 단체인 <작화 공방>에서 잠시 활동했다,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중후반까지는 만화 외 일들을 했으며, 이후 창작 만화를 그리고 있다.


작품목록

<주간 만화>에 단편 만화 '하데스의 밤'으로 데뷔.

월간 <민족 예술>, 월간 <참여와 혁신>, <한겨레신문>에 만화 연재.

다큐멘터리 만화 <사람 사는 이야기> 1,2에 '나무 이야기' 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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