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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9-20 12:11
[칼럼] 日 동인만화시장 이해<2/2>-역사와 현재 (콘진)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794  

일본 동인지 판매전의 서클 카탈로그들. 대표적인 판매전 `코믹마켓`의 카탈로그는 두께 1500페이지에 육박하는 사전식 편집을 자랑한다. 그밖에도 코믹시티, 코미티아, 코믹 크리에이션 등의 카탈로그가 있다.

지난 번에 설명한 코믹마켓을 비롯한 일본의 거대 동인만화 시장은 그 규모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의 만화계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일본의 동인만화 역사와 동인만화의 의의를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일본에서 만화가 동인지의 형태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오래되었다. '동인지'란 본래 장르의 명칭이 아니라, 만화든 문학이든 미술이든 뜻을 같이 하는 작가들(=同人)이 모여서 만든 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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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나 잡지사에서 기획을 세워 작가들을 불러모으는 형태가 아니라 작가들 스스로가 자신의 의지를 갖고 참여한다는 점이 특징인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동인지는 상업출판이 아닌 아마추어적으로 출판된다. 즉 자비출판이거나 소규모출판의 형태를 띠게 된다.

(반드시 상업출판과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동인지로 발표된 작품을 모아서 상업출판이 되기도 하고, 동인지이면서 ISBN을 내는 서적도 있다. 반대로 상업출판이긴 하지만 동인지와 별 다를 바 없는 시스템을 통해 출판되는 책도 있기 때문이다. 동인지와 상업출판을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확고부동한 기준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테즈카 오사무 등 '토키와장'에서 시작돼

따라서 '동인지'가 일본 만화계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출판만화의 번성과 거의 같은 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2차대전 이후 일본의 만화를 바꾼 거장 테즈카 오사무와 그 주변의 만화가들, 소위 '토키와장'의 멤버들이야말로 일본의 상업출판은 물론 동인만화계에서도 그 시초를 알린 작가들로 기록되어 있다. '사이보그 009'의 이시노모리 쇼타로, '도라에몽'의 후지코 후지오, '천재 바카본'의 아카쯔카 후지오 등이 포함된다.

1950년대와 60년대의 이런 흐름이,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기존의 비싸고 복잡한 인쇄기술이 훨씬 더 간편하고 값싼 것으로 바뀌고 또한 복사기의 보급에 의해 서적을 만드는 작업이 대중화되면서 바뀌기 시작한다. (*주1)

특히 1975년 12월에 탄생한 동인지 전문의 즉석판매회, '코믹마켓'의 등장은 현재와 같은 일본 동인지 시장의 유통구조를 정착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1978년 일본 TOSHIBA에서 처음으로 발매한 워드프로세서(현재의 PC와는 다름)가, 1985년 정도부터는 저가경쟁에 돌입하면서 동인지의 식자작업에 도입되기 시작한다. 또한 1978년 NEC의 PC8001의 발매 이후 시작된 일본의 PC문화 역시 80년대 중후반 이후 일본 동인지 시장을 크게 변화시키는 데에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 이런 수많은 변화가 일본의 동인지 시장을 현재와 같이 발전시키게 한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이다.

*주1 - 그 이전까지는 인쇄비가 워낙 비싸서 책의 제작비를 그대로 반영하다가는 도저히 팔 수가 없을 정도였기 때문에 동인지의 제작에는 회원들의 자비 충당이 필수적이었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과거 동인지가 '아마추어 만화 동호회'의 '회지' 성격이었을 때에는 동인지의 제작을 위해서 회원들에게 회비를 걷는 경우가 태반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동인지 문화가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를 알 수 있다.

제작방식 발달로 참여 확대

2000년대에 접어든 현재, 대부분의 동인지는 실제 상업만화와 완전하게 동일한 방식, 즉 원고를 제작하여 수백 곳 이상 성업중인 동인지 전문 인쇄소에 맡기고 완성된 책을 코믹마켓 등 판매전까지 직접 배달해주는 형태, 아니면 개인의 PC와 데스크탑출판(DTP)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데이터원고 등을 통해 옛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제작되고 있다.

일본에는 동인지를 전문적으로 인쇄해주는 인쇄소가 많다. 사진은 그런 인쇄소들이 경쟁적으로 동인지를 유치하기 위해 내놓는 팜플렛. 페이지, 판형, 부수 당 인쇄비용이 표로 정리되어 있고 원고의 입고방법 등도 상세히 나와 있어 편리하다. 팜플렛의 표지나 내용에도 만화를 이용하여 고객들에게 친숙해지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한다.

판매 형태 역시 단순히 코믹마켓 등 대형 판매전만이 아니라 온갖 지역에서 거의 매일같이 벌어지는 소규모 판매전을 비롯해 과거에는 우편으로 느리게 유통되던 통신판매 형태 역시 인터넷과 홈페이지를 통하여 보다 편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토라노아나와 같이 일반서점과 마찬가지로 판매를 대행해주는 '동인지 전문서점'의 등장을 통해, 동인지가 사실상 상업적인 유통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도 중요한 변화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제작을 하는 작가 측면에서의 변화도 많아 본래 아마추어 만화 시장인 동인지 시장이 1980년대 이후 프로 만화가로 등단하기 위한 작품 발표의 장으로서 변화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는 상황이 역전되어 프로 만화가가 동인지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점은 일본의 만화 시스템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다. 다만 분량 문제로 이번 칼럼에서 그 문제는 생략하기로 한다.

수용자의 적극적 참여

동인시장이 일본의 만화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는 그 시장규모와 같은 산업적 측면이나, 팬덤 연구나 포스트모더니즘이니 하는 학문적 측면 말고도 또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수용자의 적극적 참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는 부분이다.

본래 예술이란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고 또 동시에 수용자가 될 수 있는 법이다. 반드시 프로 수준으로 창작할 능력이 없다 하더라도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마추어가 단순히 스스로 즐기는 범주 안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또 개인의 예술적 소양을 성취시키기 위하여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무교육이나 초등교육 내에 음악과 미술, 문학 정도는 기본적으로 집어넣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보다 마이너한 예술장르의 대중적 창작 실태는 어떠할까? 특별한 예외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예술 장르가 '창작' 부문에 있어서만큼은 대중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실상 다수 인원의 참가나 매우 특수한 기술이 반드시 필요한 장르, 예를 들어 영화나 연극이라면 아무래도 평범한 대중이 일상적으로 실시하기는 쉽지 않다는 면도 있다.

만화도 일단 나름대로 특수한 기술이 필요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 내에서는 아마추어의 창작, 즉 동인시장이 상당한 규모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대중이 만화를 단순히 '감상'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창작'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바로 동인만화 시장이라는 의미이다. 한국에서도, 규모면에서 일본과 비교할 정도는 되지 못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동인작가가 현존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고무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런 '창작에 대한 참여'야말로 동인만화의 중요한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동인지 판매전은, 수용자층이 적극적인 의사를 갖고, 참여하면서 동시에 수용하는 독특한 예술의 성취 방식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표현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욕구를 만화라는 장르에서 이루어줄 수 있다면, 만화의 소구층은 보다 넓어질 수 있을 것이고 만화시장의 지지기반도 보다 튼튼해질 수 있지 않을까. 요는 어떤 방식으로 이런 팬덤 문화를 한국의 만화시장 속에 녹아들 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선정우( 만화칼럼니스트·코믹팝 엔터테인먼트 대표)

2002년부터 일본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 비평지 '유레카' '파상언론' 등에 한국만화계를 소개하는 칼럼 연재. 2003년 한국·일본 만화 업계인들의 교류모임 '아시아문화콘텐츠포럼(ACCF)' 창립. 2004년부터 만화기획사 코믹팝 엔터테인먼트(http://comicpop.com/)를 통해 한국작가 일본 진출사업 진행 중. 현재 일본에서 '라그나로크 온라인 앤솔로지 코믹' 시리즈(엔터브레인 출판사) 매월 간행. '월간 강강 WING' (스퀘어에닉스 출판사)에 '박스 프린세스 판도라' (원작:유현) 등의 기획협력 작품 연재. 2004년 9월 9일부터 11월 7일까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일본관전시 'OTAKU: persona=space=city'(http://www.jpf.go.jp/venezia-biennale/otaku/)에 초청작가로 참가 중. 전시내용 소개 및 일본 오타쿠문화를 정리한 서적 '2004 베니스 비엔날레: 오타쿠 OTAKU'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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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lavavon 10-01-22 20:10
 
  verboten, aber beim ersten sturm st rzt? In einer sonnenfinsternis vor ihnen hin ber. Alles umsonst. Ruth. Seine eltern vergast hatte. Pr gelt 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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