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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2-22 17:09
만화가 바탕 된 신암행어사와 배트맨 (콘진CT뉴스)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772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 할리우드에서는 슈퍼히어로를 다룬 만화가 영화로 대거 제작됐다. 몇십년동안 이어진 이들 캐릭터는 아버지와 아들을 관객과 독자로 동시에 묶어내면서 확대재생산됐고, 이것이 할리우드 영화의 힘이었다.”

지난 14일 코엑스에서 열린 ‘다매체 시대의 만화원작산업화 전략’ 워크숍에 강연자로 참가한 마이클 유슬란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또 최근 할리우드에서도 일본과 한국의 만화작품들에서 영감을 얻고 슈퍼히어로 작품들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영상화하기 위해 눈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슬란 씨가 속한 코믹북무비스 역시 미국, 일본, 한국의 여러 만화판권을 보유하고 이를 영상화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성공적인 만화기반 사업모델

이날 워크숍은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매력적인 콘텐츠 소스로 주목받고 있는 만화의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만화의 원작산업화’에서 보듯이 만화를 출발점삼아 여러 장르의 콘텐츠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취지다. 국내외에서 만화의 원작산업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각 지역 업계종사자들의 생생한 경험을 들을 수 있었다.

아래에서는 일본과 미국시장을 설명한 마이클 유슬란 씨와 최초의 한일합작 장편애니메이션인 ‘신암행어사’의 프로듀서인 일본 소학관의 카지야 분쇼씨와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마이클 유슬란 미국 코믹북무비스 대표■

- 영화제작을 위한 원작으로서 특별히 만화가 갖는 장점이라면?
▲ 만화는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또 오랫동안 이어져 부모와 자식이 공유하는 스토리가 많다.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의 슈퍼히어로들은 세대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배트맨이 처음 만화로 만들어진 때가 1939년이다. 그리고 만화는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 매우 크다. 영화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계적으로도 상영돼야 하는데, 인기 있는 만화원작은 이러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게임과 완구, 캐릭터 등 연계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할리우드 유명 스튜디오들이 만화를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소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잘 보여준다.


마이클 유슬란 씨.
- 만화가 새대를 거쳐 사랑받을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 미국 만화의 장점은 오랜 시간을 이어오며 끊임 없이 재창조된다는 점이다. 일본이 작가 한사람에 의해 좌우되는데 반해 미국 만화는 한달에 12권의 책을 낼만큼 여러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지금도 배트맨은 매달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오늘날의 사회상을 담아내고 있다. 물론 변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배트맨의 출생비밀이라든지, 끊임없이 등장하는 똑똑하고 화려한 악당들의 존재 등이 그것이다.


- 만화원작을 영화로 만드는 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는가?
▲ 미국은 일본과 같이 한 명의 작가에 의해 만화가 만들어지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과 관련한 특별한 어려움이 존재하지 않는다. 핵심적인 것은 원작이 얼마나 세계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 미국은 주로 만화의 영화화가 슈퍼히어로물에 집중돼 있다.
▲ 미국 상황도 바뀌고 있다. 내년에 영화로 제작될 ‘신시티’는 슈퍼히어로가 아닌 그래픽노블 작품 중 하나다. 장르의 영역이 넓어지는데에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망가(일본만화)의 영향이 컸다. 일본만화와 일본 애니메이션이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기 시작하며, 미국 만화의 활용도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 방문 목적에 세미나 참석 외에 한국 만화계와의 비즈니스도 포함돼 있는가?
▲ 당연하다.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한국만화계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한국만화는 도쿄팝(일본만화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미국만화출판사)을 통해 여러권 봤다. 상품성이 충분하고, 또 영화화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 '코믹북무비'라는 회사명은 만화원작을 전문으로 영화로 만들겠다는 의미인가?
▲ 그렇다. 이 회사는 2005년에 공식적으로 출범할 것이다. 이 회사를 설립하게 된 이유가 바로 만화원작이 갖는 경쟁력과 잠재력을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영화화시킬 수 있는 만화의 판권을 이미 다수 보유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세계의 만화를 대상으로 영화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는 만화원작을 영화화시킬 수 있는 뛰어난 작가와 제작사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 카지야 분쇼 소학관 프로듀서■


- 소학관에서 '신암행어사'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이유는?
▲ ‘신암행어사’ 만화가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만 편당 30만부, 현재까지 모두 20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일본에서는 인기만화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으로 제작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포켓몬, 도라에몽, 이누야샤, 명탐정코난이 모두 만화가 바탕이 된 작품이다.
또 하나 이유는 만화에서 아쉬운 부분에 대한 독자들의 요청이다. ‘신암행어사’는 만화에서의 액션신도 멋졌지만 ‘애니메이션이면 어떨까’하는 궁금증과 함께 애니메이션 제작을 바라는 일본 독자들의 요구가 있었다. 이런 인기와 궁금증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게 된 배경이 됐다. 한국과의 공동제작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일부 반영됐다.

카지야 분쇼 씨.

- '신암행어사' 애니메이션에 대한 일본 관객들의 평가는 어떤가?
▲ ‘신암행어사’는 단관개봉 방식으로 배급되고 있다.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의 3개 스크린에서 상영중이다. 폭발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들 재미있다는 반응이어서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

- 단관개봉은 일반적인 배급방식인가?
▲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는 일반적인 상영모델이다.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는 관객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작품 퀄리티는 같을지라도 가족이 함께 보는 작품은 아니다. 초기에 소폭의 장기 개봉을 통해 반응을 체크하고, 차츰 상영관을 늘려가는 전략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흔히 이용되고 있다.

- ‘신암행어사’를 만들 때 어떤 관객층을 거냥했나?
▲ 일본에서 기본적으로 원작 신암행어사를 주로 보는 층이 형성돼 있다. 주로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젊은 사회인들이 주요 타깃 계층이다. 물론 일본에서도 광범위한 관객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자식', 그리고 '동물' 등을 핵심 캐릭터로 사용해야 한다.

-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보면 완결되지 않은 느낌이다. 후속편 제작계획이 있는가.
▲ 물론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얘기는 없지만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번 애니메이션이 성공해야하는 한다.

- 완구나 캐릭터, 온라인게임 개발 계획은?
▲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에 반다이 등 각 분야별 제작회사가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과 캐릭터 등도 진행되고 있다.

- 한일 공동제작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 제작위원회를 통해 양국의 많은 업체가 참여했다. 첫 한일 공동제작이었기에 계약서 작성에만 몇 달이 걸렸을정도였다.
특히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작가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복잡한 것으로 안다. 이 부분과 관련해 특별한 지침이나 모델이 없어서 서로간에 업무를 조정하는 데 적지 않게 애를 먹었다. 덕분에 일본에서 제작하는 것보다 서너달이 더 걸렸다. 그러나 이번 모델을 통해 앞으로는 보다 쉽게 공동제작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 일본에서 만화를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만들 때 가장 큰 애로점은 무엇인가?
▲ 일본은 한 작품당 한 명의 작가가 거의 전적으로 창작하기 때문에, 작가에 따라 제작이 달라진다. 작가에 따라 비즈니스가 매우 쉬워지기도 하고, 또 매우 꼬이기도 한다. 작가의 생각과 제작자의 의도가 일치하지 못한 경우가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 일본만화와 비교되는 한국만화만의 독특한 이미지가 있다면?
▲ 한국만화를 많이 접하지 못해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신암행어사를 예로 든다면,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국적인 이미지가 남아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의 감독이 말하기를 “한국 만화란 생각을 전혀 않고 작품을 제작했는데, 막상 만들어놓고 보니 ‘일본애니메이션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독특한 느낌이 있다”고 말하더라.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한국만화의 독특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작가의 독특성일 수도 있다.

-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 제작의 전망은?
▲ 이번 신암행어사를 계기로 다양하고 폭넓은 공동제작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일본만화원작을 한국 주도로 풀 CG를 사용해 제작한다든지, 한국의 음악 아티스트를 주인공으로 한 흥미로운 스토리를 일본에서 출판하거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든지,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는 주제는 많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제작을 수행할 수 있는 스텝이 많이 양성돼야 한다.

윤현옥 기자(news@koc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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