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9일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서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가 ‘문화의 다양성 협약’을 통해 각국이 자주적으로 문화정책을 수립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세계 각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이하 문화다양성 협약)이 10월 20일(수)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총회를 통과함에 따라 스크린쿼터와 같이 자국의 문화적 주체성을 지키기 위한 각종 문화지원 제도들에 힘이 실리게 됐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다자간투자협정(MAI)이 문화와 같은 비무역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논의되기 시작된 ‘문화다양성 협약’은 이후 세계문화부장관회의(INCP)와 문화다양성연대(CCD)·문화다양성국제연대(INCD) 같은 국제비정부기구(NGO)가 차례로 결성되면서 전세계적으로 힘을 결집해 왔다.

그 뒤 여러 차례의 전문가회의와 정부간 회의를 통해 2005년 6월 3일 최종적으로 협약 초안이 마련됐으며, 이날(20일) 154개국 대표가 참여한 제 33회 총회 표결에서 찬성 148, 반대 2(미국, 이스라엘), 기권 4의 압도적인 표차로 채택됐다.

이날 총회에서 한국은 미국의 통상 압력을 우려해 문화다양성 협약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찬성표를 던졌지만 적극적인 지지에 나서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다양성 협약’은 문화의 획일주의를 저지하고 각 국가가 자국 문화 보호 조처를 취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특히 각 당사국들의 문화표현이 위협받거나 취약한 상황에 있을 경우, (스크린쿼터제와 같은) 자국 영토 안에서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목표로 하는 규정을 만들거나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채택할 수 있도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원국들은 각종 다자간․양국간 통상협정에서 문화상품을 예외로 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를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협약이 국제법으로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최소 30개국에서 비준되어야 한다. 비준하지 않은 나라에 대해서는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 스크린쿼터문화연대를 중심으로 한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2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세계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적극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대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전세계 시장의 8~90%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은 그동안 협약의 핵심내용을 약화시키고 협약의 채택 시기를 늦추기 위한 집요한 시도를 반복해 왔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약에서 보여준 회원국들의 압도적인 지지는 주목할 만 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약에서 한국정부의 일련의 태도와 관련해서는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못한 것에 큰 아쉬움을 느낀다”며 “향후 협약의 비준과정에서 한국이 자주적이고 주체적으로 첫 번째 비준국이 되어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문화국가로서의 위상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의 획일화와 문화의 상품화를 막고 세계 문화의 다양성 증진과 우리문화의 정체성 수호를 위해 결성된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 음악, 미술, 문학, 건축, 연극, 영화, 방송 분야의 29개 단체로 결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