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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9-24 15:48
한가위 한가할땐 배깔고 웃자 (한겨레)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277  
난 만화나 볼래!
바쁜 일상, 지하철, 버스 안에서 덜컹덜컹 박자에 맞춰 흔들리는 책 따라 눈을 굴려야했던 처량한 우리들이다. 조상께 감사드리고, 이 가을에 감사드린 뒤 배 깔고 만화책 펴들겠다고 단단히 벼르는 이들께 ‘쌔근한’ 만화 ‘강추!’ 웃음폴발, 나쁜만화란 이런것
◇ 설거지가 권태로운 이들을 위해 : 역시 만화의 본령은 발랄, 엽기다. 상상을 불허하고 가끔은 이해도 안된다. <츄리닝>(애니북스 펴냄·이상신, 국중록 지음)은 아직 잉크도 안마른 최신 엽기코믹물. 지난해 9월부터 스포츠 신문에 연재된 동명작품을 묶어 이달에 펴냈다. <트라우마> <좀비콤비>와 함께 ‘나쁜 에세이툰’의 큰 형님으로 분류된다. ‘츄리닝’은 우리 일상이자 나아가 유니폼(정형성)과 엉뚱한 일탈의 극적 대비를 함의한다. 단순명료한 캐릭터에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얹었다. 단 가족끼리 보면 우의 상할 수 있다. 인류 보편의 ‘가족애’를 배반하는 탱구네 식구들 때문이다. <뽈랄라 대행진>(안그라픽스·현태준)은 한 아저씨의 ‘참을 수 없는 본능’이 소재다. 치사하고, 응큼한 행동은 반사회적이지만 한편으론 자기해방이다. 집단의 질서 아래 피곤한 소시민을 만화책도, 포토 에세이집도 아닌 것이 위무하는 힘이 만만치 않다. <이나중 탁구부>(서울문화사·후루야 미노루)는 사실 ‘한 만화’하는 이들은 걸렀을 리 없는 책이다. 그럼에도 아테네발 탁구 열풍 때문에 이 책을 잘못 집어들 이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탁구와 상관없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엽기, 변태적 행각으로 96년 처음 국내에 소개된 뒤 수년간 블랙코미디계를 평정했다. 마에노와 이자와 커플이 계속 우리들의 엽기내성지수를 측정한다. 18살까지는 구독불가다.

눈물찔끔, 손수건부터 챙겨요
◇ 재탕, 삼탕 무감동의 티브이 영화에 지친 이들을 위해 : 만화가 황미나씨는 “만화 역시 소리까지 느껴지는 미디어”라고 했다. 감동 본위의 만화도 표현의 제약 없이 날갯짓할 수 있다. 후쿠사토 농아학교 학생들의 고시엔(갑자원:일본의 전국 고교야구 대회) 출전기를 다룬 <머나먼 갑자원>(서울문화사·야마모토 오사무)을 뺄 수

없다. 듣고 보고 반응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말 못하고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1점을 내는 것마저 살아왔던 일처럼 쉽지 않다. 비장애인 중심의 야구 규칙은 장애인에 대한 무의식적 차별과 맞닿아있다. 실화에 뿌리 둔, ‘손수건 구비’라는 클리쉐이가 어울리는 만화책. <열네살>(샘터·다니구치 지로)은 40대 중년이 어느 날 14살로 돌아가 겪는 이야기다. 모험이나 판타지와는 거리가 멀다. 중년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소년은 아쉬웠던 과거를 바꾸려고 노력한다. 당시 쳐다보지도 못했던 소녀를 사랑하게 되고, 트라우마였던 아버지의 가출을 막기 위해 고민한다. 그렇다면 미래는 바뀌는 것일까.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아련하게 저마다의 시절이 떠오를 법하다.

미소한줌, 순정만화 달콤해라
◇ 한 권으로 온 가족이 돌려 본다 : <닥터코토의 진료소>(야마다 다카토시), <노다메 칸타빌레>(도모코 니노미야)는 한 가족이 도란대며 봐도 좋을 책들이다. 코토는 명문의대 졸업생이다. 하지만 여느 만화처럼 신은 아니다. 평소 의사에 대한 불신감이 가득한 외딴섬 사람들로부터 코토는 시나브로 신의를 쌓아간다. 오직 ‘의사’라는 소명의식에 충실한 탓이다. 엉뚱하지만 지극히 평이한 인간의 모습을 띤 만화캐릭터가 전하는 감동이 적지 않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비행기를 두려워해 유학을 못가는 천재 음대생 치아키를 주인공으로 한다. 옆집에 사는 노다메를 알게 되며 삶이 급박하게 요동치는 가운데 잔잔한 사랑과 유머가 묻어나온다. 모두 대원씨아이 작품. ‘한국에 왕이 있다면’이란 상상에서 시작한 <궁>(서울문화사·박소희)은 최근 가장 인기가 많은 우리 만화 가운데 하나. 왕자 신드롬의 재생산이지만, 만화라 외려 자유롭다. 게다가 왕자는 고등학생이다. 순정판타지로서의 매력이 퍽 가멸다. 내년 7월을 앞두고 한 방송사가 드라마로 준비, 현재 계약을 타진하고 있다.

만화는 되도록 사보는 게 좋다. 대여 구조가 낳은 폐단을 넘어서 한국 만화계의 창작의지를 돋우는 일이다. 그래야 더 좋은 책을 내년, 내후년에도 만나볼 수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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