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우만연 웹진 > 문화계 소식  
 
작성일 : 04-09-24 15:51
우울한 추석, 유쾌한 이 만화 어때요 (오마이뉴스)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464  
'포복절도'란 이때 쓰는 말이 아닐까? - 이상신·국중록의 <츄리닝>
ⓒ2004 애니북스


실물경제는 물론, 그보다 체감경기가 더 나쁜 추석이란다. 저마다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들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가족간의 정을 나누는 명절에 닥친 우울함. 귀향을 포기한 사람도 적지 않다는 보도는 우리를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하지만 마냥 얼굴 찌푸리고 전전긍긍하는 건 더 슬픈 일. 여기 불황에 빼앗겼던 웃음을 돌려줄 한 권의 책이 있다.

유쾌한 상상력과 반전의 재미가 배꼽을 잡게 하는 만화 <츄리닝>(애니북스). 스토리작가 이상신과 만화가 국중록의 재간이 합쳐져 만들어진 책은 곳곳마다 폭소의 지뢰를 숨겨놓고 독자들을 포복절도케 한다. 예컨대 이런 거다.

초등학교 교실. "전쟁이 일어나면 무얼 준비해야 할까요"라고 선생님이 묻는다. "쌀이요" "라면이요" "반찬이요". 과연 어린이다운 대답들. 한 아이의 뜬금없는 대답이 재밌다. "마징가랑 태권V요." 아이를 비웃는 선생님과 학생들. 우울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온 아이를 아버지가 달랜다. "선생님이 틀린 거란다."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의 뒤에 마징가와 태권 V가 서 있다. 그 집은 로보트 보관소였던 것이다.

책은 <스포츠투데이>에 연재되면서 꾸준한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만화를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 청탁을 받고 그리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신문사를 찾아가 연재시켜달라고 졸랐다"는 저자 국중록의 고백도 재밌다. 과연 <츄리닝> 작가다운 배포다. 만화처럼 재밌게 기사를 쓸 수 없는 기자의 능력이 한심해 보인다.

기이하지만 매력 있는 만화 - D의 <엔젤 미트 파이>
ⓒ2004 황매


저자 이름부터가 특이하다. 'D'라니? 1977년 일본 홋카이도 출신으로 다마 미술대학에서 수학한 그녀는 우울함과 그로테스크함을 무기로 한 만화로 "개인의 아픔과 고뇌를 사회적 화두로 승화시켰다"는 평론가들의 상찬을 얻어냈다. 본명을 숨긴 채 D라는 모호한 필명으로 활동하는 기행만큼이나 그의 작품 역시 기이하다. 정유리와 김소현이 공역한 <엔젤 미트 파이>(황매).

어린 시절 누구나 읽었음직한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참혹하게 뒤틀어 '어리다는 것이 반드시 순수함과 티없음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헤이즐과 그레텔'은 수록작 중 압권. 끊임없는 부모의 폭력으로 불타는 머리를 가진 오빠와 그 오빠를 맹신하는 여동생. 둘의 관계에선 근친상간의 코드까지 읽힌다.

자신들을 친절하게 대해준 할머니를 태워 죽이는 대목. 이 놀라움에 만화라는 장르에 무지한 기자의 입에선 '이런 기이한 걸 만화라고 불러야 하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온다. 책의 제목도 괴기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천사의 고기로 만든 파이'라니.

하지만 책은 매력적이다. 그림이 아니라, 곳곳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운 문장이 그 이유다. 패션모델과 가수도 겸한다는 저자의 다방면 천재성이 읽히는 대목들. 아래를 보라. 초현실주의 한 유파의 시 같지 않은가.

여기는 물 속/나의 거대한 눈물의 바다/신(神)의 빛이 흐려질 때면 보이는 꿈/떨어진다 떨어진다/누군지 알 수 없는 손이/나를 움켜쥐고/빠져 들어간다 빠져 들어간다/좀 더 깊은 곳까지/물의 깊은 흐름 속까지….

[오마이뉴스 홍성식 기자]

트위터
이 게시물을 트위터로 소개하기

 
 

Total 418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88 '어린이 과학동아' 창간 (연합뉴스) 김종범 10-02 2537
87 문스패밀리, 마지막 이야기 (연합뉴스) 김종범 10-01 2100
86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전문교육과정 개설(연합… 김종범 09-30 1871
85 일판 작가의 힘-대한민국 미술대전 한국화 부… 김종범 09-30 3001
84 다모폐인, 다시 뭉친다 (연합뉴스) 김종범 09-27 2316
83 만화 '식객' 단행본 7, 8권 출간 (연합… 김종범 09-26 2463
82 우울한 추석, 유쾌한 이 만화 어때요 (오마이… 김종범 09-24 2465
81 한가위 한가할땐 배깔고 웃자 (한겨레) 김종범 09-24 2278
80 “일간스포츠에 청춘 실어보냈지” (일간스… 김종범 09-24 2740
79 부천만화정보센터 만화잡지 '콩나무' … 김종범 09-24 2061
78 책방에 온 ‘츄리닝’ 연재만화 ‘츄리닝’ … 김종범 09-23 2565
77 부천 만화정책 최우수 문화산업 선정 (연합뉴… 김종범 09-23 2065
76 문화산업대학원 설립된다 (전자신문) 김종범 09-23 2126
75 <이영미의 만화가게>여성이 받은 性에 관… 김종범 09-22 2378
74 엠파스, 만화 블로그 서비스 제공 (연합뉴스) 김종범 09-22 2329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