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독립된 인격체이면서도 어른들의 그늘에 가려 스스로 제 권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의 인권을 다룬 ‘인권 교과서’도 만화로 나왔다. 이시대 새로운 문화코드로 각광받고 있는 ‘만화’를 통해 조선왕조 500년의 생생한 숨결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빠져 있는 아이들의 인권에 대해 살펴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 대하역사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5’/ 박시백 글·그림/휴머니스트

‘한겨레 신문’ 만평가 출신인 박시백화백이 글과 그림을 함께 그린 대하역사 만화다. 2001년 회사를 그만둔 박화백이 4년여에 걸쳐 하루 12시간의 치열한 작업으로 일궈낸 성과물이다. 그 만큼 그림과 내용이 탄탄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기존에 나왔던 여러 만화학습지와 함께 비교한다면 곤란하다. 우선 아이들의 말초적 흥미를 자극하는 우스갯소리나 채팅용어, 유행어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대화내용이나 설명에 치중한 역사내용 위주의 만화와도 구별된다.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적절한 유머와 결코 길지않은 상황설명은 기존만화와의 차별성을 더한다. 그림에 쏟은 공력도 적지않다. 실록의 기록을 철저히 고증해 그에 걸맞은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만화가 가지는 장점은 정사(正史)에 바탕을 두었다는 점이다. 이는 박시백화백의 “조선시대 사관의 심정으로 글로 된 역사를 만화로 풀어쓰기위해 노력했다”는 말에서도 알수 있다. 1장 ‘개국’부터 5권 ‘단종·세조실록’ 까지 출간된 데 이어 1년에 3~4권을 계속 출간해 2010년까지 전 20권이 완성될 예정이다.

▲ 뚝딱 뚝딱 인권짓기/ 인권운동사랑방 글·윤정주 그림/야간비행

아직도 아이들을 어른들의 부속물로 여기는 어른들이 적지않다. 이는 아이들에 대한 서슴없는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이혼가정의 방치된 아이들로 나타나기도 한다. 모두가 아이들을 독립된 하나의 개체로 여기지 않는 우리사회의 고질화된 아이들 인권경시 풍조가 낳은 부산물이다. 이는 내가 낳은 아이니까,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니까 등등 권위주의가 낳은 병페이기도 하다. 이책은 이런 풍조에 과감히 맞서온 인권운동사랑방이 펴냈던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 실렸던 글과 만화들을 주제별로 묶은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똑같은 아픔을 느끼고 똑같이 기쁘하고 슬프한다. 그러면서 ‘사랑한다면서 왜 때려요’라고 묻는다. 또 ‘가방이 무겁다’고 하소연하고 ‘먹기싫은데 왜 억지로 먹어야 하느냐’고 불평한다. 모두가 아이들이 어른들을 향해 던지는 인권회복의 외침이다. 그래서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한다. 그런다음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배병문 기자 bm190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