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차 부부의 세상살이와 육아일기를 담은 남문희씨의 ‘으랏차차 차돌이네’가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경향신문에 연재한 만화를 묶었다.
차돌이라는 생후 20개월짜리 아기를 둔 차대기·오미자 부부의 평범한 일상을 명랑만화체 그림을 통해 재미있게 그렸다. 특히 작가 자신의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책의 상당 분량을 아기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로 채웠다.
아기를 길러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아기가 어질러놓은 집안을 정리하고 아기가 숨겨놓은 열쇠를 찾느라 갖은 묘안을 짜내는 등 초보 아빠·엄마의 하루는 항상 정신없고 피곤하다. 작가는 아빠·엄마의 눈으로 바라본 아기의 모습을 그리는 한편 아기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그려놓기도 한다.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면서 가장으로서 또는 주부로서 살아가는 모습도 꼼꼼히 그려냈다. 그 속에선 주인공이 젊은 시절 꿈꾼 이상은 사라지고 팍팍한 생활의 무게에 찌들려 궁상스러워지기만 한다. ‘생각없는 엄마’가 되지 않겠다던 다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집안일만 하던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가는 날은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만화가 마냥 일상의 고단함이나 비루함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그 속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진리와 즐거움을 함께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쉽게 잊고 지내는 일상의 소중한 가치를 보여준다. 신혼 때 신비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코를 골며 자는 아내를 보면서 남편은 “10년쯤 더 지나면 이 소리도 자장가로 들리려나”라고 중얼거린다.
극적인 반전이나 요절복통할 웃음은 없다. 그러나 만화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짓게 되는 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여유있게 경치를 구경하며 쿨하게 폼 잡을 수 있는 저쪽 너머 길이 아니라, 아등바등하며 감추고 싶은 내면이 한꺼풀 더 벗겨지는 바로 여기 이 길 위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북키앙. 8,000원.
〈김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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