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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9-17 17:32
만화영화 '통일의 길'열렸다 (뉴스메이커)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303  

"남북 문화교류의 새 장을 연다는 사명감으로 뛰고 있습니다"

지난 6월말 평양 정보센터에 최초의 남북합작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설치한 이정 민족네트워크 대표는 요즘 눈코 뜰 새없이 바쁘다. 제대로 된 스튜디오를 만들기 위해 한 달에 몇 차례씩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발품을 팔고 있다. 첫 작품으로 추진중인 것이 미국의 유명한 TV시리즈물인 〈닌자 거북이〉. 국내 업체 '지원 애니메이션'이 수주한 이 작품의 제작을 재하청받아 평양 스튜디오에서 원화와 동화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 원청자측로부터 O.K 사인을 받는 것은 시간문제. 사실상 남-북과 미국과의 3국 합작품이 탄생하는 셈이다.

임가공 중심 사업환경 '최초'

평양의 남북합작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이름은 '만화영화창작단'. 이곳에는 현재 북한의 유일한 애니메이션 창작기관인 4-26아동영화촬영소로부터 1차로 배정받은 30명의 전문인력이 있다. 구성인력은 연출가 2명을 비롯해 4~7년 경력의 원화 담당 애니메이터 10명, 7~10년 경력의 동화 담당 애니메이터 12명, 컴퓨터 채색 담당 애니메이터 6명이다. 북한은 추후 제작 일감의 증가에 맞춰 200명 정도까지 애니메이터를 증원시키기로 민족네트워크와 합의했다.

그동안 애니메이션 관련 남북 합작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나로통신이 발주한 [게으른 고양이 딩가] [뽀롱뽀롱 뽀로롱] 등 두 작품을 평양에서 북한 애니메이터들에게 맡겨 만든 적이 있다. 하지만 만화영화창작단은 특정 작품 위주의 단편적인 합작이 아니라 포괄적이고 영속적인 애니메이션 합작 사업체라는 점에서 남북 문화교류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평양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어떤 작품이든 저렴한 비용으로 북한에 제작을 의뢰할 수 있는 임가공방식 중심의 사업환경을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평양 정보센터와 민족 네트워크 양사는 애니메이션 제작 비용을 한국 비용의 50% 이하로 결정했고, 비용지불 조건도 한국의 거래방식을 그대로 적용, 작품 검수 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표는 "평양 스튜디오를 활용할 경우 원화나 동화, 컴퓨터 채색 등 메인작업 비용이 큰 폭으로 절감된다"며 "외국과의 정상적인 거래처럼 품질과 납기, 저제작비를 보장해 인력난과 고비용 애로를 겪는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민족네트워크는 또 남북 거래시 상호 사업상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하는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남한에서 유일하게 평양정보센터와 합작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은 현대의 금강산관광사업 등 소수 대형사업을 제외하고는 남한 내에서 북한의 특정회사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인정한 적이 없었다.

북한 애니메이터 수준 높아

애니메이션 제작 수준 면에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북한은 해외 작품 수주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북한 애니메이션의 산실로 1957년 9월 설립된 4-26아동영화촬영소는 12개 창작단에 1,200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영리한 너구리] [소년장수] 등 북한 아동들에게 인기 있는 만화영화 시리즈를 제작해왔다. 또 1985년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유럽 작품의 하청을 받아 제작에 참여해왔다. 지금까지 [가르간츄아] [아라비안 나이트] [레미제라블] [사자왕 신바] [타이타닉] 등 수많은 작품을 제작, 유럽지역에서 확고한 지위를 얻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장편만화영화 [새끼돼지 헤르클레스의 모험] [흡혈귀 어네스트] [간다하르] 등도 이 촬영소에서 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재미동포 넬슨 신 감독의 [왕후 심청]을 제작했다. 그러나 남한 작품을 직접 나서서 제작한 적은 없다.

북한 애니메이터들의 실력은 남한보다는 떨어지지만 웬만한 수준은 된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다. 세계적 애니메이션 감독인 재미동포 피터 정은 북한 애니메이터들이 그린 원화와 동화를 감정하고 "당장 고품질의 작품 제작에 임할 수 있는 잘된 그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테스트 초기에 남북간 제작방식이나 전문용어가 다른 것과 컴퓨터 채색상의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운용경험 미숙, 제작물의 전달 시간 과다 등이 지적됐다. 이대표는 "현재는 이 문제도 거의 극복해가는 단계지만, 좀더 완벽한 제작을 위해 남한 전문가들을 평양에 파견, 기술지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설립한 민족네크워크는 대북문화교류사업에 치중해왔다. 2000년 11월에는 영화진흥위원회와 공동으로 임권택 감독, 강우석 감독, 배우 문성근씨 등 국내 영화인들의 최초 방북을 실현시키기도 했다. 또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민족화해협회(민화협) 등과 손잡고 북한문화재DB, 영화예술인DB 구축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2001년부터 평양정보센터와 남북애니메이션 합작사업을 논의하기 시작해 올 2월 3년 만에 평양정보센터와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7월초 통일부로부터 남북협력사업자 승인과 사업 승인을 얻었다.

한편 평양정보센터는 1986년 설립돼 북한에서는 조선컴퓨터센터에 이어 두 번째로 꼽히는 IT연구개발기관이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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