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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0-23 13:00
‘짜증나는 전시회’ 개최한 홍대 만화동아리 ‘네모라미’(세계일보)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689  

바람피우고 있는 애인을 망원경으로 몰래 목격하는 남자. 함께 보자는 의미에서 망원경(진짜 망원경은 아니다)이 바닥쪽에 있고 관객들은 하나같이 허리를 굽혀 안을 살펴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인사 잘한다’라는 내용이 ‘약올라 죽겠지?’라는 표정으로 관객들을 조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만화동아리 ‘네모라미’가 얼마전 쌤쌤쌈지회관에서 ‘짜증나는 전시회’라는 기상천외한 작품전을 개최했다.

‘짜증나는 전시회’라니…최소한 전시회라는 것은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해야 하는게 아닌가? 작가는 전시회를 준비하느라 고생고생하는데 관객은 너무나 쉽게 ‘휙’ 둘러보고 가는 것이 얄밉기도하고 억울하기도 하다는 ‘욱!’하는 마음에 ‘너희도 고생 한번 해봐라’는 심정으로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하니 이들의 심보도 알만하다.

짜증나는 전시회장을 다시 한번 둘러보자. 관객들의 호기심을 잔뜩 동하게 만든 작품을 최대한 높이 걸어 놓고 하나하나 넘겨야 볼 수 있게 만들어 결국은 ‘팔빠지는 고통’을 주거나, 방명록은 앉은뱅이 상에 놓고 펜은 고무줄에 달아 깡충 뛰어야 잡을 수 있게 해 놨다. 옆에서 이 꼴(?)을 지켜보는 네모라미 회원들은 즐거워 속으로 배꼽을 잡았다고 하니 악동중의 악동이다. 그래도 방명록은 만원사례였고 관객들도 ‘짜증난다’라는 반응보다는 ‘재밌고 유쾌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니 이들의 전시회는 성공인지 실패인지 그 평가는 아직도 유보중이다.

이들의 이러한 자유분방한 상상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사실 ‘만화를 좀 한다’라는 사람들에게 네모라미는 전설적인 만화동아리로 익히 알려져 있다. 1988년 홍익대 미대 시각디자인과 소모임으로 출발해 만화가 이우일, 홍승우, CF감독 박명천 등을 배출해 전설이 아닌 신화가 되어버린 ‘네모라미’는 지금도 학내에선 ‘싸이코 동아리’라는 이미지를 안고 있다.

“선배들이 활동했던 당시의 네모라미나 지금의 네모라미는 같지만 작업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추구하는 것도 다르고요. 당시 추구하던 것이 그로데스크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많이 가벼워졌고 새로운 것, 재미있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퀄리티보다는 재미있느냐, 없느냐를 많이 따지지요.”

네모라미 회원 최민수(금속디자인 3)씨는 당시 선배들이 추구하던 색깔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하면서도 선배들이 가졌던 만화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꼭 배우고 싶은 덕목이라고 말했다.

‘만화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모든 행위’를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는 네모라미의 활동은 정해진 것이 하나도 없다. 동아리마다 봄, 가을로 못 박아둔 정기행사가 없는 것은 물론 타동아리에서는 일년에 한번 꼬박꼬박 발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 회지를 네모라미는 비정기적으로 어느 날 뜬금없이 발간하고 있다.

그렇다고 ‘방만한 운영을 한다’고 했다간 이들에게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호수에 떠있는 오리들이 아무일도 안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물속에서 죽어라고 다리를 휘젓고 있듯이 네모라미 또한 서로에게 끝없는 자극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짝’하고 기발한 발상이 떠올랐을 때 이들을 서둘러 기획회의를 하고 프로젝트를 짜서 만화든, 벽화든, 입체물이든 가리지 않고 마음껏 그들 머리속에 그려졌던 그림을 현실로 고스란히 옮겨 놓고야 만다. 그저 열정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네모라미의 변이다.

“네모라미는 절대 패러디는 하지 않습니다. ‘순수창작, 자아도취, 자만심’이 우리를 지탱하는 에너지거든요. 만화를 좋아하고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좋아요.”

네모라미 회장 김민지 씨는 남다른 상상력을 하고 있는 회원들 덕에 더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어 행복하고 이 모든 걸 무엇으로든 풀 수 있어 너무나 즐겁단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관찰할 수 있어서 좋아요”(이수민)

“다른 세상을 체험해 볼 수 있어요.”(김가원)

“현실도피도 할 수 있고 내 감정을 이입하기도 하고 기분에 따라 골라 볼 수 있는 재미도 있습니다.”(노현진)

“네모라미를 통해 자율적인 활동과 다양한 인간관계를 배우고 있습니다.”(강혜진)

만화의 ‘네모’와 동아리의 ‘동그라미’를 합성한 ‘네모라미’에는 이 보다 더 많은 의미들이 숨어 있다. 회원들이 밝힌 만화와 네모라미의 매력은 전설 속 이야기가 아닌 캠퍼스 안 이곳 저곳에서 화려하게 그려지고 있다.

(네모라미 인터넷 웹진을 싸이월드에서 볼 수 있다. 싸이월드에서 ‘순자2’를 찾으면 네모라미의 연재물이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채향란기자/rani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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