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완구회사가 캐릭터 ‘마시마로’와 ‘우비소년’을 무단복제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일부 보도는 마치 ‘마시마로’의 불법복제가 허용된 것처럼 나갔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사실관계를 짚어 보자. ‘마시마로’의 상표권은 상품화 관리회사인 씨엘코엔터테인먼트가 갖고 있다. ‘마시마로’는 씨엘코의 상품표지로
수요자 및 유통자에게 널리 인식돼 왔으며, 저작권과 관련해 이미 대법원이 마시마로의 독창성을 인정하고 저작물로 확인한 바 있다.
반면 이 사건은 씨엘코와 무단복제 회사 간 소송이 아니라 씨엘코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봉제인형을 제작·판매하는 S사와 ‘마시마로’를
무단복제해 판매한 사업자와의 다툼이었다. 사건의 핵심은 ‘마시마로’가 S사의 상품표지로 인정될 수 있는지와 관련해 부정경쟁방지법상
‘주지성(周知性)’의 판단문제였던 것이다.
주지성이란 수요자·소비자에게 널리 인식된 상품표지로서 생산 및 판매수량과 기간, 선정광고의 종류, 방법, 빈도에 관한 자료에 의해
인정된다. 대법원은 “인터넷에서 ‘마시마로’ 캐릭터가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라면서 ‘마시마로’ 자체가 널리 인식되어 있음은 인정했다.
그러나 “부정경쟁방지법상 금지하고 있는 상품주체혼동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마시마로’ 봉제인형이 S사의 상품표지로서 소비자에게 널리
인식되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사건은 ‘마시마로’의 인기가 S사의 상품화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해 부정경쟁방지법상 상품주체혼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만약 이 사안이 ‘마시마로’가 씨엘코의 상품표지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러한
판결이 나오지 않았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처럼 ‘마시마로’의 무단복제행위는 불법임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문화콘텐츠가 저평가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점 때문이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지난 2000년 만화 리니지의 게임 상표 등록과 관련, 만화 리니지의 주지저명성이 부정돼 특허심판원에서
상표등록무효청구가 기각된 사건이 떠올랐다. 그때도 지금처럼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우리 문화콘텐츠의 수출이 가속되고 있으며, 오는 2007년까지 연평균 약 11.3% 성장을 지속해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금 청소년이 대학을 졸업할 즈음이면 전통적인 제조업 등의 분야보다는 캐릭터·게임·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더
많이 일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문화콘텐츠 보호를 통한 수익창출 구조 확립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이제 우리 문화콘텐츠는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대장금’ ‘슬픈연가’ 등의 드라마 인기에 편승한 유사 상표출원이 잇따르고
있고, 저작권법상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 전송권이 부여됐음에도 불구하고 음악 불법복제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며 아직까지 문화콘텐츠의 진정한 권리자가 보호받기에는 우리 문화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충분치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문화콘텐츠는 이미 세계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스스로 우리 문화콘텐츠의 품질과 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저작권의 기반 위에서만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작권 환경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법
제정과 아울러 우리 문화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수반돼야 한다.
◆최영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전략기획본부장 yh5329@koc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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