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과 미국을 소재로 한 만화책 2권이 잇따라 나왔다. 프랑스의 애니메이션 감독 겸 만화가 기 들릴의 ‘평양’과 미국 인디언더그라운드 만화의 대표작가 로버트 크럼의 ‘아메리카’.
#기 들릴作 ‘평양’ … 佛작가가 본 폐쇄적 북한
‘평양’(문학세계사·8,000원)은 작가가 2002년 애니메이션 작업 때문에 두 달간 머물게 된 평양과, 평양 사람들의 모습을 유머를 곁들여 그린 작품. 직접 가본 평양은 언론에서 보여주듯 텅 빈 유령도시가 아니라 자동차가 지나다니고 행인들이 분주히 오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북한을 바라보는 작가의 눈은 비판적이다. 평양은 통제되고 획일화된 곳으로 그려지고 북한 주민들은 태엽이 감긴 인형으로까지 묘사된다. 작가는 평양에선 장애인을 단 한 번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에 대해 가이드는 “단일민족이기 때문에 모두 건강하고 똑똑하게 태어난다”고 답한다. 작가는 ‘인간의 뇌는 어디까지 세뇌가 가능한가’라고 자문한다.
김일성 부자에 대한 숭배도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부분이다. 작가는 전력사정이 나쁜데도 주체탑과 김일성 부자 사진을 밝히는 데는 조명을 아끼지 않고 김일성 동상과 밀랍인형에 참배하는 북한의 모습을 담는다. 곳곳에 있는 김일성 부자 사진 때문에 자신의 얼굴이 김정일로 보이는 해프닝도 그렸다.
#로버트 크럼 ‘아메리카’ … 미 자본주의 직설적 비판
‘아메리카’(새만화책·9,000원)는 미국 사회와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조롱을 담은 작품. 1968년부터 90년대 초반까지의 단편만화들을 모았다. 작가는 독특한 그림체와 직설적인 묘사, 욕설 섞인 대사 등이 담긴 만화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작품에서 미국은 해결하기 힘든 거대한 문제다. 단편 ‘모던 아메리카’에서 미국은 잔인한 불량배이자 식충이며 욕심 많고 추잡하다. 작가는 “내 머리로는 해결이 안돼. 게다가 문제가 너무 깊다고. 빌어먹을, 내가 뭘 알겠어!? 나도 혼란스러워”라고 중얼거린다. ‘too bad’에선 “절망만이 유일한 탈출구”이며 “최상의 해결책은 그냥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급살맞을 유대인 놈들이 미국을 지배했을 때’라는 거친 제목의 만화에선 해결책은 자폭밖에 없다고까지 한다.
무정부주의적이고 급진적인 비판이 대다수지만 작가는 우리가 문명 전체를 찬찬히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간략하게 본 미국의 역사’의 에필로그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생태학적 재앙’ ‘에코토피아적 대안’을 차례로 보여준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크럼의 만화는 가장 날카롭고 가장 재미있게 미국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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