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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2-13 14:27
종이만 고집 마세요… 온라인에 길이 있죠(한겨레신문)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098  
장충고 찾은 '온라인 만화가' 강도영씨

현실 벽이 높아 온라인으로 눈 돌리니 순식간에 '스타덤' 작품 바로 올리고 독자반응 바로 알고 긴장 늦출 수 없죠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고 하죠. 하지만 온라인에는 길이 있어요. 정도라고 알려진 길만이 아니라, 나처럼 다른 길도 있다는 걸 알고 여러 가지 길을 볼 수 있는 눈을 갖췄으면 해요.” 불과 2년여 전 인터넷을 통해 ‘강풀’이란 이름으로 갑자기 유명해진 ‘온라인 만화가’ 강도영(30)씨는 자신의 만화에 뜨겁게 호응해 준 10대 고교생 팬들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으로 위촉한 만화 부문의 ‘문화콘텐츠 앰배서더(홍보대사)’로서, 지난 3일 서울 중구청소년수련관에서 장충고 3학년생 340여명을 상대로 강연에 나섰다. 오프라인에서 고교생들에게 강연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인터넷에 친숙한 요즘 청소년들에겐 온라인 만화가가 한결 더 가깝다. “하루 서너 시간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만화는 필수코스”라는 정진한(18)군은 강씨의 작품들을 줄줄이 꿰며, 컴퓨터 화면으로만 접했던 <순정만화>의 작가 강풀의 목소리를 직접 듣게 되자 들뜬 표정을 지었다. 다른 중견 만화가들은 잘 모른다면서 말이다.

‘1세대 온라인 만화가’로 꼽히는 강씨는, 악전고투 끝에 이채롭게도 인터넷 덕분에 만화가로 데뷔하게 된 사연을 아이들에게 들려 줬다. 대학 등에서 만화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이름난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지내 본 적도 없었던 그였다.

원주 상지대에서 총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대자보를 만화로 그리기 시작한 것이 만화가의 길로 들어선 인연이 됐다고 했다. <한겨레> 만평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글로만 된 대자보가 외면 당하자 총학생회의 주장을 만화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7년째, 졸업을 앞두고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출판사나 구청신문 등 420여 곳에 이력서와 작품을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하다 하다 안돼” 2002년 4월 인터넷에 자신의 개인 사이트 ‘강풀닷컴’(kangfull.com)을 마련해 작품을 올리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꺼번에 5만명 넘게 접속해 서버가 다운된 적도 여러 차례 있었죠.” 네티즌들은 막 유행하기 시작한 메신저 등을 통해 그의 만화 파일을 퍼 날랐고, 인기는 삽시간에 하늘을 찔렀다. 포털 사이트 다음 등 곳곳에서 만화 연재를 요청했다. 얼떨떨했다는 그는 온라인을 통해 독자들과 직접 맞닥뜨릴 수 있었던 덕분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만화가를 지망하는 학생이라면 꼭 책이나 만화잡지 같은 지면 만화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온라인 만화에도 도전해 보라고 권유했다.

“만화를 온라인 사이트에 올리세요. 금세 네티즌들의 반응이 오죠. 재미없는 만화는 걸러집니다. 독자들의 취향도 살필 수 있고요.” 지난해 10월부터 미디어다음에 장편으로 연재했던 그의 대표작 <순정만화>는 총 페이지뷰가 6천만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책으로 묶여 10만부 넘게 팔리고 있고 내년엔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또 만화 강국 일본에 1천만엔(약 1억원)이라는 만화 단행본의 국외 계약 사상 최고액에 출판권이 팔리기도 했다.

“온라인이 대세이기 때문에 만화도 독자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갈 필요가 있어요.” 온라인에 만화를 연재하면 더욱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그는, 요즘 1주일마다 연재하는 <한겨레> ‘북카툰’ 등 여러 매체에 연재물을 싣느라 하루 16시간씩 일하는 날이 많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강씨는 정작 그토록 원했던 만화가가 되고 보니 허탈한 느낌도 들더라고 했다. 자신의 꿈은 만화가가 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만화를 통해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하는 일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는 것이다. 김성현(18)군은 “꿈은 어떤 직업을 통해 이루려는 그 무엇”이라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자신이 왜 약사가 되려고 했는지를 곰곰이 되짚어 보게 됐다고 했다.

강씨는 10대 만화 팬들에게 만화를 더욱 사랑해 주길 당부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결코 포기하지 말라며 북돋워 줬다.

글·사진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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