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12-21 16:49
"교훈 되는 역사 만화 그릴 겁니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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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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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신인 만화가 김태권 씨
"역사적 내용으로 만화를 그릴
겁니다. 옛날 사람들이 한 어리석은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겠지요."
올해 떠오른 남자 만화가라고 한다면 김태권 씨(30)를 꼽고 싶다. 시장 상황 때문에
풀죽어 있는 다른 남자 만화가들에 비해서 힘있게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그에게 만화가 데뷔의 길을 열어준 작품
<십자군 이야기>가 서점가에서 약 2만 부나 팔리며 선전했다. 그는 최근 출간된 <장정일의 삼국지>에서 삽화를 맡아 장
씨의 글에 떨어지지 않는 그림으로 책에 광택을 내주었다. 신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실력파이다.
김 씨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한 일러스트 학교에서 늦깎이로 그림을 시작했다. 젊은 만화가들의 학벌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그의 학벌은
지금까지 만화계 최고급에 해당한다. 그림과의 인연은 학교 주위의 서점이나 교지에 기고했던 것이 전부.
그의 그림은 흑백의 대비를
통해 강렬한 이미지를 전한다. 전체적 통일성 속에서 <십자군 이야기>에선 중세풍으로, <장정일의 삼국지>에선 동양풍으로
변신했다.
그는 "그림의 형식은 내용에 따라 변화를 주었다. <십자군 이야기>의 경우 그림이 술술 읽힐 수 있도록 했고
중세, 이슬람풍을 섞었다. <장정일의 삼국지>는 강한 느낌이 중요하다. 우리가 보는 <삼국지> 그림은 명나라, 청나라
시대의 가공된 이미지다. 한나라 시대 자료를 바탕으로 그 시대의 그림으로 그려 다소 특이한 느낌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흑백의 대비로
동서양을 융합한 서양 화가 비어즐리의 영향도 크게 받았다.
만화 데뷔작 <십자군 이야기>는 서양 중심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이념적 부분과는 상관이 없다. 자주적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슬람이 맞는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부시가 하자는
대로 휘둘려 다니지 말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뿐"이라고 밝혔다.
사실 그의 역사 이야기는 과격하지 않다. 올 여름 만화잡지
<계간만화>에 선보인 <게으른 만화가의 천국>은 네덜란드의 대표적 풍속화가인 피터 브뤼겔에 대한 오마주로 브뤼겔의 작품
<게으름뱅이의 천국> 등을 패러디하며 미술을 만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브뤼겔의 그림을 사랑하는
그는 내년 초를 목표로 <십자군 이야기2>를 준비 중이다.
장상용 기자 [enisei@ilgan.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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