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이 나고도 독자들에게는 후속편을 보여주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지난해 50억원이 넘는 출판계 최대소송을 제기하며 관심을 모은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의 홍은영(41·부산 금정구 장전동) 작가. 그는 지난 25일 출판사를 상대로 한 법원의 1심 승소 판결 이후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
자신의 주장이 재판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시리즈 후속 편도
2003년말 18권을 낸 이후 행진을 멈춰 '독자와의 약속을 못 지키고 있다'는 책임감이 짓누르고 있어서다.
'출판사의 인세 편취 부분은 청구액보다 8억원이 적게 판결이 났 고 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이나 부 가출판물의
저작권에 대해선 허락이 없었는데도 묵시적으로 동의 한 것이라며 기각됐죠. 승소판결이지만 절반의 승리에도 못미치네 요.' 그는 다음달초 이 만화
출판사인 가나미디어 김남전 대표 등에 대 한 인세 편취 관련 형사재판이 확정되는 대로 항소할 작정이다.
물론 주위에선 몸도 성치 않고(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난치성 베체 트병) 인세도 그만큼 받았으면 됐지 않느냐며 만류하는 이들도 적 지 않다.
하지만 그는 돈을 떠나 한 작가로서,나아가 만화작가 전체의 권리 찾기라는 마음가짐으로 재판에 임하고 있다.
소송에서 출판사의 ' 공동저작'이라는 주장에 대응,한국만화가협회나 우리만화연대같은 단체들이 '작가의 온전한 작품'이라는 의견을 법원에
내주며 힘 을 싣는 분위기. 그간 출판사들과 만화가간의 인세부수 관련 잡음 이 끊이질 않았고 지난해 유달리 저작권 관련 소송이 잇따른 터여 서
작가들의 결기는 어느 때보다 굳다.
'인세나 저작권은 작가의 생존권입니다.
불황의 만화계에 마구잡 이 베끼기나 인세를 속이는 일까지 생겨 작가들의 사기는 땅에 떨 어져있죠. 더구나 저처럼 지방 작가들은 저작권
계약이나 인세같 은 문제에는 어두워 곧잘 당하곤 합니다.
' 전체 20권으로 예정된 이 만화는 현재 19권 완성을 눈앞에 둔 상 태. 하지만 홍 작가는 속편 발매가 힘들다는 사실때문에 요즘들어
멍하니 원고만 쳐다보는 일이 잦다.
'초등학생 독자들이 '빨리 책을 내주세요'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작가가 죽었나'하는 말까지 메일로 보내옵니다.
어른들 싸움으로 인해 어린 독자들의 동심에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배동진기자 djbae@pusa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