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우만연 웹진 > 문화계 소식  
 
작성일 : 05-02-01 14:11
집배원 총각 고마워! (오마이뉴스)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604  
“할머니 편지 왔어요!”

“편지?”

“네, 아드님한테서 왔네요.”

“나 글을 모르니까 좀 읽어주고 가.”

“그럼 읽겠습니다.”

한때 드라마에서 심심찮게 봤던 풍경이다. 좋은 소식은 같이 기뻐하며, 슬픈 소식에는 같이 눈물을 흘리는 집배원은 사람들에게 소식뿐만 아니라 추억과 낭만도 전해줬다.

지금은 이메일이다, 휴대전화다 해서 편지를 쓰는 일이 많이 줄었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집배원의 배달 가방에는 요금 고지서나 카드연체 고지서가 많은 분량을 차지해 고지서 배달부라는 우스개 소리를 한다고 한다. 요즘은 오토바이로 많이 하지만, 집배원하면 빨간 자전거가 연상이 된다.

▲ 빨간 자전거 표지
ⓒ2005 행복한 만화가게
<빨간 자전거>. 임화면 야화리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일하는 우편배달부의 일상을 그린 만화, 아니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김동화의 감성이 배어나오듯 정겹고 따뜻한 내용의 만화다.

내가 김동화란 분의 이름을 처음 안 건 80년대 중반 <내 이름은 신디>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 명랑만화를 그리는 화실에서 문하생 생활을 할 때였다. 선생님이 명랑만화 하기 전 잠깐 순정만화 작가 생활을 했다는데, 그때 견본으로 사용한 책이 김동화의 <내 이름은 신디>라는 책이었다.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펜으로 그린 것하며 점묘 방식으로 배경을 하나 하나 펜으로 찍은 정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감탄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그만큼 김동화의 만화는 순정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교과서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80년대 순정만화계를 주도한 김동화는 90년대 이후에는 자신의 순정만화 그림체에서 탈피, 한국 전통 문화의 색채를 살린 작품 <황토빛 이야기> <기생 이야기>를 펴낸다.

<빨간 자전거>는 모 일간지에 연재하는 만화로 그동안 쉬 접하지 못했던 노인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처음 만화를 접했을 때 정겨운 고향풍경과 함께 보고 나면 입가에 미소가 살짝 올라갈 만큼 훈훈한 이야기가 좋았지만, 한편으론 노인들이 많이 나와 독자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지 궁금했다.

▲ 빨간 자전거 한 장면
ⓒ2005 김동화
작가도 50을 훨씬 넘긴 나이라 노인들의 생활을 그려보고 싶었을까? 한 우편배달부의 따스한 시선을 통해 옛날이야기처럼 정겹고 포근한 고향 풍경을 잔잔한 감동과 함께 전해준다. 또한 이 만화에는 김동화 특유의 감성적인 언어가 곰삭은 맛이 난다.

아버지는 초라한 모습 힘든 모습을 쓸어모아 낙엽 속에 태웁니다. 면장님 앞에서도… 할머니 앞에서도 안 하셨던 면도를 따님이 온다니까 하십니다. 친정이 초라해 보일까봐 안팎으로 쓸고… 늙은 아버지 보며 마음 아파질까봐 면도도 하고 아버지에겐 자식이 가장 큰 손님인가 봅니다. - 친정아버지 편 -

우편배달부는 긴 머리를 뒤로 묶고 다닌다. 작가의 모습도 이와 같은데, 작가가 우편배달부가 되어 그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우편배달부는 여유롭다. 편지를 전하러 가면서도 자연의 소리에 풍경에 눈을 두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만큼 자연을 사랑하고 우리네 풍경을 사랑한다.

만화가 김동화는 누구?

1950년 출생. 1975년 <나의 창공>으로 데뷔해 <내 이름은 신디> <요정 핑크> <황토빛 이야기> <기생 이야기> 등을 펴낸 한국 순정만화계의 살아있는 역사다. 1999년 타이페이 아시아 만화제 최고 창의상을 수상했다.
빨간 자전거, 아름드리 고목나무, 정겨운 마을 길과 시골집, 세밀하고 정교한 배경은 오히려 칼라에 묻히지 않았나 하는 걱정을 하게 할 만큼 정성이 듬뿍 녹아 있다. 바쁘게만 살아 주위를 둘러볼 겨를 하나 없는 우리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가르쳐 주는 작품으로 이 책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보는 이에게 고향이 성큼 다가와 있다.

다만 만화지만 지나치게 만화같은 편집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 한국 만화계가 어렵다. 다양한 이야기로 한국 만화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김동화 만화는 성공해야 한다.

위창남 기자


트위터
이 게시물을 트위터로 소개하기

 
 

Total 418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253 한국의 '만화', 일본의 '망가' … (1901) 김종범 02-03 10825
252 정훈이의 내 멋대로 시네마 (뉴시스) 김종범 02-03 2843
251 '나의 마음을 담아', 2004 만화인의 노… (1) 김종범 02-01 2822
250 "웃기는 과학, 똑똑한 만화" (사이언스타임즈) 김종범 02-01 3236
249 집배원 총각 고마워! (오마이뉴스) 김종범 02-01 2605
248 2004독자만화대상에 <순정만화> (콘진CT뉴… 김종범 01-31 3065
247 월북작가 소설 만화에 담아 (매일경제) 김종범 01-31 2357
246 신애라, 만화원작 드라마 '불량주부일기&#… 김종범 01-31 2474
245 '그리스 로마 신화' 소송 절반의 승리 … 김종범 01-31 2557
244 ‘만화 박정희’ 4월께 나온다 (경향신문) 김종범 01-27 2300
243 [이현세의 만화경] 껄껄껄 웃다보면 (서울신… 김종범 01-27 2539
242 '만화로보는 그리스로마신화' 인세 35… 김종범 01-26 2657
241 <호텔 아프리카>애장판 출시 (콘진CT뉴스) 김종범 01-26 2447
240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출판계약 해지"(… 김종범 01-25 2751
239 '제7차 세계만화인대회' 9월 부천서 개… 김종범 01-25 2091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