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김만선 김사량 박태원 안회남…. 분명 낯선 이름들이다. 하지만
학계는 이들을 한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인정하고 있다. 세인과 전문가 의 평이 이토록 엇갈리는 이유는 이들이 모두 납북되거나
월북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소설을 별다른 개작없이 그림과 말풍선으로 재탄생시킨 만화책 '한국 단편 소설과 만남'은 잊혀진 작가들의 문학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뿐만 아 니라 소설을 만화로 만나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태준의 '복덕방' '까마귀' '아담의 후예', 김사량의 '토성랑', 현덕의 '남생 이' '현덕' 등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생소로운
것들이지만 일제 강점기나 산업 근대화를 이뤘던 시대를 배경으로 당대 민중 생활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물 론 월북작가의 소설 외에도
이효석('메밀꽃 필 무렵'), 채만식('맹 순사'), 이 근영('농우') 등 남한 작가의 작품들과 북한 작가 림종상의 '쇠찌르레기'도 함 께
실려 있어 다채롭다.
만화가 오세영 씨(50)는 번안 과정에서 원작을 꼼꼼하게 재현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했다. 문장 하나 날리지 않고 그대로 만화 안에
담은 것이다. 또 ' 담배 깜부기'(담배 꽁초), '찔게'(반찬의 북한말) 등 지금은 쓰지 않는 옛말이 나 사투리 등을 원작에서 옮겨와 토속적인
느낌을 더했다.
<서진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