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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02-14 17:45
이현세 "나는 '창작의 자유' 편" (중앙일보)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340  

만화가 이현세씨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리적인 검열은 아니라지만 이 부분은 빼라, 넣어라 하는게 옛날에 만화 사전심의 받던 생각이 나네요. 부부라도 남녀가 한 이불을 덮고 있으니까 이건 안된다, 다시 그려라 이런 식이었죠. 아직도 국민을 계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정치적인 이유인지…뉴스를 보고 마음이 너무 착잡했습니다. "

영화'그때 그사람들'과 창작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아마 만화가 이현세(51)씨만큼 할 말이 많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검찰이 그의 만화 '천국의 신화'청소년용을 음란물이라며 벌금 3백만원에 약식기소한 것이 1998년초. 이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2003년 1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무려 6년간의 지리한 법정투쟁이었다. 사회적 논란도 대단했다. "사전심의든 사후심의든 (만화에 대해) 공권력이 신중히 대처하는 선례는 남겼다"는 게 그의 소박한 평가다.

"문화변방에 있던 만화도 여기까지 왔는데, 영화가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게 남의 일같지 않아요. 사회민주화가 이만큼 이뤄졌고, 문화산업이 차세대 경쟁력으로 주목받는 마당에 더구나 가장 촉망받는 분야가 영화 아닙니까. 영화는 아직 못봤어요. 그 영화를 좋아한다, 아니다는 떠나서 같은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분개할 일이죠. 물론 복잡한 사안입디다. 정치적인 것도 있고, 명예훼손, 작가의 창작, 실화를 배경으로 한 픽션 등등 어느 한쪽도 쉬운 얘기는 아니에요. 그러나 '창작의 자유'라는 가치만큼은 확실히 편들고 싶습니다."

이씨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삭제하고 상영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법원이 나서서 이 장면은 빼라고 솎아주는 건 권력남용인 것 같아요. 차라리 본격적으로 재판을 해서 어떻게든 결론을 내리는 작업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갈등이 불거지고 논란을 거쳐 사회적인 합의와 화해가 이뤄지는 과정이 될 수 있잖아요. 물론 영화는 여러 사람이 작업한거고, 투자자도 있으니까 개인적인 제 작업과는 상황이 달랐겠지만요. "

그는 검찰의 수사를 받고, 1심의 유죄판결이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히기까지 2년여동안 작품활동을 중단했었다. "이 만화가 음란이고 폭력이라면, 여태까지 내 만화를 아이들에게 보여준 내 작업은 뭔가, 그러면 여기서 더 만화를 그릴 이유가 없다, 처음에는 이랬죠. 법정다툼을 하면 할수록 절대로 양보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깊어졌어요. 양보하고 받아들이면 더 만화를 그릴 수가 없겠더라구요. 출판사가 벌금을 내고 빠져버렸을 때 원망도 했는데, 나중에는 사업하는 입장이 나랑 다르다는 걸 이해했어요. 저야 개인작업이니까 혼자 피해보고 뭐랄까, 가시밭길 가면 되는 거였지만."

결국 무죄판결을 받아낸 그 때를 "행복했다"는 한마디로 요약한다. 하지만 그 세월이 창작인생에 남긴 상처가 결코 가벼울 리 없다. "물론 개인사업자로는 억울한 시간이었죠.(웃음) 공식석상에도 일절 못나섰고. 눈만 해도 6년전에는 멀쩡했는데 지금은 작업할 때 돋보기를 껴요. 저는 신념이 아니라 '신명'으로 작품을 해왔거든요. 사람 만나면서 그 때 그 때 떠오르는 걸 밤에 집에 가서 바로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렸는데, 그걸 못했던 거죠. 사실 지금은 신명 보다는 독자들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요."

그는 문제작 '천국의 신화'를 올해안에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하는 대목에서 마무리할 예정이다. 상고사에서 현대사에 이르는 우리 역사를 두루 아우르려던 출발 당시의 기획에는 못미치지만 역사가들 사이에 해석이 다양한 시대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제목붙인 '신화'의 의미에 적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 역사에 대한 열정은 청소년만화'한국사 바로보기'시리즈로 이어진다. 전체 10권의 기획가운데 이미 두 권이 책으로 나왔다. 현대의 두 소년이 역사속으로 날아가는 구성으로 특히 "당시의 생활사를 풍부하게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설에는 그의 만화가 설날특집극('해후'MBC 11일 오전 9시45분)으로도 만들어졌다. 아버지의 뺑소니 교통사고로 죽게된 남자의 심장을 이식받은 주인공 오혜성이 나중에 진상을 알게되고 유족을 찾아가 죽은 남자의 딸 최엄지를 사랑하게 되는 얘기로, 비극적 운명의 두 남녀를 통해 화해의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이씨는 "드라마가 된 사연이 더 재밌다"고 소개했다. "15년전 나온 작품이라 저도 잊고 있었어요. 근데 그걸 대본소에서 보고 나중에 자기가 PD가 되면 해보겠다고 복사를 떠놨던 모양이에요. PD분이 그 복사본을 잊어버린 줄 알고 있다가 두 달 전에 이사를 하면서 찾아냈다네요. "

이씨는 지난달 3년 임기의 한국만화가협회장에 뽑혀 만화계의 살림을 책임지는 중책도 맡았다. 올해는 특히 9월에 제7차 세계만화인대회가 국내에서 열리는 등 어느때보다도 크고작은 행사가 많을 때다. "생각보다 바쁩디다. 그래서 술을 적게 먹고, 잠을 적게 자려고 노력해요. 3년만 바쁘고 그 다음에는 무진장 신나게 놀겁니다. "

이후남 기자<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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