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대여점에서 만화를 빌릴 때는 돈을 낸다. 대여점은 그 비용으로 운영된다. 인기 만화는 횟수에 관계 없이 무한정 대여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원작자에게 떨어지는 몫은 없다. 지금껏 국내 저작권법에는 '대여권'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저작권의 사각지대였다.

18년만에 저작권법 전면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문광위 소속 여당의원들은 16일부터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신설을 추진 중인 '대여권' 등 을 놓고 만화계와 DVD계는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출판 만화시장에서 만화 대여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나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만화 대여점은 영세한 처지다. 대여점 관계자들은 "대여권료 부담이 클 경우 그나마 형성된 전국 1만여 개의 만화 대여점 시장 자체가 붕괴 될 수도 있다"며 "전면적 시행은 구멍가게 같은 대여점 운영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만화 작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만화 '풀 하우스'로 유명한 원수연 작가는 "대여점 시장의 어려움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작가는 만화 대여 과정에서 저작권 박탈의 허탈함과 상실감을 크게 느껴왔다"고 말했다. 돈 보다 권리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만화 작가들은 저작권법 개정과 함께 대여권 제도가 도입되길 바라고 있다.

만화 출판사는 대여점과 작가의 중간 입장이다. 대여권이 도입된다고 해도 현실적인 징수 방안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만화 대여점에서 전산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책을 빌려줄 방법은 많다. 만화출판사 대원씨아이(주)의 김구회 영업부장은 "책을 낼 때 오히려 출판사측에 대여권료가 부담될 가능성도 있다"며 "작가의 권리 발생은 부정할 수 없지만 시행은 좀 더 보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이광철 의원측은 "취지에는 다들 공감하지만 제도적 장치와 시행 시기를 놓고 고민 중"이라며 "대여 횟수를 감시할 대여점 온라인화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DVD업계는 저작권법 개정을 반기는 입장이다. 불법 DVD 단속에 획기적인 개선책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재는 영리 목적의 불법 DVD가 있어도 저작권을 침해당한 당사자만 고소가 가능하다. 일종의 친고죄인 셈이다. 그러나 개정안에선 권리자의 고소 없이도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백성호 기자<vangog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