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5-02-1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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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들고 혜성처럼 “짜잔∼” 데릭 커크 김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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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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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만화가 데릭 커크 김
‘다르면서 같은’ 한국서 출간
데릭 커크 김(31). 낯설다. 8살에 미국으로 이민간 한국인인데 지금
그곳에서 가장 촉망받는 신인 만화가로 꼽히고 있다. 그의 작품을 모아놓은 <다르면서 같은>(길찾기 펴냄·6800원)이 나왔다.
2000년부터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렸던 표제작 <다르면서 같은>을 다른 단편과 묶어 자비로 책을 낸 게 2003년.
공식 데뷔작이었는데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듬해 4월 유력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인터뷰했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작가의 소량 작품이 레이더를 피해 저공비행하다, 갑자기 우주로까지 뛰어오른 작품”이라고 상찬했다. 만화계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이그나츠상 ‘촉망받은 신인’(2003년), 아이즈너상 ‘주목할만한 인물’(2004), 하비상 ‘최고신인’(2004) 부문을 거푸 휩쓴 탓이다.
무엇보다 삶을 꿰뚫는 상징적이고도 재치 있는 인물들의 입담이 빼어나다. 심리가 고스란히 형상화한 그림도 퍽 어울린다. 말풍선의
배치는 속도감을 더한다. 표제작 <다르면서 같은>의 주인공인 한국계 미국인 사이먼과 낸시. 20대 중반의 두 남녀는 한 혈통을 갖지만
성격은 물론 대개 한국인이면 좋아할 라면에 대한 취향도 극명히 갈린다. 하지만 둘은 닮았다. 고교시절 시각장애인 친구가 신청한 데이트를 거절한
사이먼과 헤어진 연인에게 다시 사랑을 갈구하는 낯선 이의 편지에 대신 응낙의 답장을 보냈던 낸시. 각자의 ‘거짓말’로 불거진 사건을 함께
경험하면서 연민은 사랑이 아님을 구별하게 되고 이를 통한 자기반성은 자신의 중요한 ‘성장통’이자 자라나는 힘임을 알게 되는 것. 이는 나아가
‘다르면서 같은’ 우리 모두가 성장하고 본질적으로 ‘같아지는’ 모습인 것이다.
재미동포답게 <똥침> 등 곳곳에서 한국적
감성과 경험이 해학적으로 녹아있다.
게다가 2000년부터 2년 가까이 한국에서 생활한 게 중요한 창작동력이라고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굳이 김씨를 아시안-아메리칸 창작의 범주에 옭아매는 건 무의미해 보인다.
식료품점에 들린 이들이 라면에 표기돼 있는
‘오리엔털 맛’을 두고 대화한다.
“동양 전체를 아우르는 어떤 맛이 있다는 거야?” “간단해. (‘닭고기맛’엔 닭고기가 들어 있듯)
연역법에 의하면, 이 속에 아마 동양인들을 갈아 넣었을 거야.”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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