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시민쾌걸’팬이었다면 강추! 한다. 둘째, 시민쾌걸을 혹시 못봤더라도 황당한 명랑만화류를 좋아한다면 강추! 한다. 셋째, 영화 중에서도 감옥이 등장하는 영화를 좋아하거나 정겨운 컨트리음악, 흥겨운 흑인 랩을 좋아한다면 역시 강추! 한다.
한 일간지에 6년간 연재된 ‘시민쾌걸’의 만화가 김진태가 명랑감옥만화 ‘호텔 캘리포니아’(열린책들)를 펴냈다. 2002년 이동통신사의 잡지 ‘Na’에 연재된 작품을 모았는데 다시 봐도 재밌고 처음 보면 더 재밌다.
‘호텔 캘리포니아’는 시공간을 정확히 짐작하기 어려운 한 교도소에 수감된 엉뚱한 인물들이 벌이는 열두 가지 에피소드를 모은 것. 작가가 제일 좋아한다는 감옥 영화 장르의 배경과 장면, 등장인물 등을 김진태식 만화, 김진태식 유머로 녹여냈다.
2000년 전통의 ‘북두 관자 찌르기’전승자인 달라스 웨스트코스트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다 실수로 엉뚱한 사람을 죽이고 콜린 교도소에 수감되는 게 시작이다. 달라스가 입소한 첫날 출감한 한 방 동기 스티브는 자신을 배웅하던 간수가 지나가던 비행기에서 떨어진 얼음 조각에 맞아 죽자 살인혐의로 다시 잡혀온다. 김진태식 황당, 코믹 유머다.
교도소장인 하우스만은 죄수들을 교화한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컨트리 음악을 종일 틀어대고 마음에 든 달라스에게 컨트리 명곡을 녹음해 건네기도 한다. 또 컨트리 음악에 몸서리를 치며 흑인의 음악 힙합을 외치는 흑인 죄수 톰과 어빙은 자신들이 부르던 힙합이 컨트리곡의 리메이크임을 알고 절규한다.
해프닝의 연속이다. 등장인물마다, 에피소드마다 코믹영화가 따로 없다. 죄수들간의 싸움, 죄수를 못살게 하는 간수 등 흔히 알려진 교도소의 부조리와 부패마저도 ‘호텔~’에서는 절묘하게 패러디돼 시원스런 웃음을 전한다. 바스티유 감독, 싱싱교도소 등 감옥에 대한 다양하고 희한한 정보가 부록이다.
외국어대 스페인어과 재학 중이던 88년 ‘주간 만화’ 카툰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옆길’로 샜다. ‘시민쾌걸’로 2002년 네티즌이 뽑는 제1회 독자 만화대상에서 시사풍자 부문을 받았다.
현재는 엠파스에 ‘시민의 왕국’을 연재 중이다.
성정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