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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0-12 18:01
엥키 빌랄 "부시 대통령은 체스의 졸" (스타뉴스)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526  
제9회 부산영화제의 오픈시네마에 초청된 '우먼트랩'의 감독 엥키 빌랄. '벙커 팰리스 호텔', '티코 문' 등을 만든 영화 감독이지만, 한국에는 '니코폴', '야수의 잠' 등의 작품을 그린 만화가로 더 잘 알려져있다.

유고 출신의 엥키 빌랄의 만화 작품들은 프랑스 작가주의 만화의 백미로 꼽히며, 1992년에는 프랑스의 권위 있는 서평지 '리르'에서 '최고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1989년 첫 장편 '벙커 팰리스 호텔'을 발표하며 새로운 문화 영역에 도전한 엥키 빌랄은 만화에 이어 영화에서도 미래 세계의 디스토피아를 그리며 꾸준히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부산영화제에서의 짧은 체류 일정을 마치고 10일 귀국하는 엥키 빌랄은 당분간 구상중인 새 영화에 전념할 계획이다.

- 한국은 처음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느낌이 어떤가? ▶ 제 9회 부산국제영화제 뿐만 아니라 한국도 첫 방문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무척 기쁘고 한국에 대해서도 더 잘 알고 싶다. 사람들이 활기차고 역동적인 것이 인상적이다.

- 한국에서도 '니코폴', '야수의 잠' 등 두 권의 작품이 소개되었고, 팬들도 상당수 있다. ▶ 독자 입장에서는 두 권으로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더 많은 책이 출판되기를 바라고, 어쨌든 한국에 많은 독자들이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 영화에서도 기존 만화 작품에서 보여준 요소들이 드러난다.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설명해달라. ▶ 공통점은 '영감'이라는 측면이다. 세계를 담고자 하는 이유와 출발점이 같다. 차이점이라면 역시 기술과 표현력이다. 영화는 아무래도 기술적인 면에서 타협을 해야 하니, 만화가 영화보다는 자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창작할 수 있다.

- 영화 작업에서의 주안점은? ▶ 만화와 달리 일괄적인 맥락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 제작에서는 기술적인 구속 등 여러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데, 이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작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 왜 애니메이션이 아닌 영화를 선택했는가? ▶ 나의 그림을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일본의 그림들이 정확하고 단순하게 그려진 반면 내 그림은 무겁고 복잡한 회화체이다. 애니메이션처럼 단순화된 작업으로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사실적인 것, 현실을 그대로 담는 것에 있어 애니메이션은 아직 한계가 있다.

- 오시이 마모루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유사한 것 같다. 그의 작품세계와 비교한다면? ▶ 그를 일본에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 내 작품에 있어서도 발견해야 할 것이 많은데 그의 작품세계를 알고 비교한다는 것은 힘들다. 가장 다른 점은 작업을 하는 목적이겠고, 가장 큰 공통점은 '세상에 대한 걱정'이다. 또한 아동기의 만화가 아닌 어른의 세계를 담은 만화가라는 것 또한 같다.

- 만났을 때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가? ▶ 현재 없는 사람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조심스럽다. 등장 인물의 배역과 그에게 주어지는 역할 배분에 대한 것 등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존'에 대한 인식은 같다고 느꼈지만, 동시에 차이점도 많음을 알았다.

- 만화와 영화에 담는 자신의 철학에 특별히 영향을 준 것이 있는가? ▶ 그리스 철학을 떠올리나 본데, 누구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항상 생각하면서 미래에 닥칠 위험을 걱정한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서 나름대로의 철학을 만들어가고 있다.

- 세계의 미래에 대한 걱정, 현재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 ▶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억'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과거의 경험과 기억에서 교훈을 얻어 현실의 문제를 수정해 나가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과거의 문제는 계속 반복된다. 인류는 기억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고, 비록 이 세상을 좋아하지만 통제되지 못하고 미쳐가고 있다고 느낀다. 마치 이 비행기(세계)는 조종사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아 곧 추락할 듯 보인다. 비행기의 조종사를 바꾸어야 한다.

- 조종사라면 정치가를 의미하는 것인가, 아니면 세계의 권력 구조 자체에 대한 것인가? ▶ 당신이 말한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 조지 부시 역시 하나의 요소이지만, 그는 체스의 졸에 불과하다. 이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이 세상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 자체를 말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술가도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역할을 해야 한다.

-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은? ▶ 만화, 그리고 또 다른 종류의 만화를 계속 그렸다. 이 일은 계속해서 하고 싶고, 단지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싶다. 정체되지 않고 더 위험한 도전을 할 계획이다. '야수의 잠' 3부작에 도전하고, 뒤이어 전혀 새로운 영화를 시도할 것이다. 아직은 구체적인 구상이 없지만, 이 새로운 도전을 사람들이 환영해 주었으면 좋겠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부산=이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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