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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0-13 23:52
“부부 육아전쟁 협상합시다!”…여성-문화계, 육아분담 운동 (동아일보)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490  

그림제공 양은순씨

《한 여성단체 ‘수다방’에 올라온 한 시누이의 사연. ‘올케가 부엌에서 나(시누이)의 밥상을 차리고 오빠는 거실에서 TV에 빠져있는 사이 5세와 2세 조카들이 난장판을 벌였다. 올케가 오빠에게 “여보 애들 좀 봐”라고 소리쳤지만 오빠는 TV에서 눈을 떼지 않고 “알았어, 보고 있잖아”하고 대답. 결국 작은애가 식탁에 부딪혀 울음을 터뜨리자 올케는 “누가 눈으로 보기만 하래? 애들을 좀 보란 말이야. 돌보라고”라며 따졌고 오빠는 “보긴 봤는데…넘어지는 거”라며 농담했지만 분위기는 썰렁했다.’ 이 시누이는 “오빠는 설거지도 가끔 하고 올케가 밥 먹을 동안 아이들에게 밥도 먹이지만 살림이건 아이건 돌보는 사람은 올케”라며 “굳이 오빠를 비난할 것도 없고 우리 사회의 평범한 남성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가사 육아분담을 둘러싼 오래된 싸움은 21세기에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맞벌이가 늘어나는데도 사회는 물론 가정에서 가사와 육아를 여성의 몫으로 돌리는 경향이 계속되기 때문.

여성계와 문화계를 중심으로 부부가 가사와 육아를 나눠 맡자는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www.womenlink.or.kr)는 13일 낮 12시 서울 중구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양육책임을 나누자!’라는 거리캠페인을 진행한다.

김국남 양은순씨 부부는 전쟁터 같은 육아현장을 소재로 한 만화를 그리고 있다. 박주일기자

이 단체는 양육요일스티커를 시민에게 배포하면서 “배우자끼리 상의해 어느 요일에 양육을 담당할 것인지 정해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할 계획이다.

이 단체의 최창연 간사는 “양육요일스티커는 자신이 양육을 담당하기로 한 요일에 해당하는 스티커를 직장 내 컴퓨터에 붙여두고 자신뿐 아니라 직장동료들이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간사는 또 직장이나 사회에서 ‘남자가 무슨 아이를 보느냐’며 남성의 아이 돌보기를 희화하는 말은 하지 않아야 평등양육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양육을 위해 정시에 퇴근한다고 하면 일에 대한 열의나 능력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 사회의 분위기이다.

이 단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박현숙씨는 “강원도의 시부모가 세 살 난 아이의 양육을 맡아주고 있는데 두 달 후면 데려와 아침저녁으로 친정에 맡길 생각이다. 저녁에 데려오는 일이 문제인데 남편은 둘 다 늦을 일이 없게 만들면 된다고 하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한번도 없을 수 있겠는가”라고 걱정했다.

만화계에서는 부부만화가들이 가장 실감나고 재미있게 표현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인 ‘육아만화’에 눈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세대 만화가 김국남씨(35)는 출산휴가 이후 직장에 복귀한 아내 양은순씨(32·서울 관악구 신림동)를 대신해 아들 극렬이(3)를 돌봤다. 어머니는 연로해 아이를 돌봐줄 수 없는 형편이었고 김씨는 어쩔 수 없이 작업실을 집으로 옮겨 1년간 전쟁을 치르듯 육아와 집안일을 아내와 나눴다.

김씨는 “군대도 갔다 왔지만 아이 키우는 일만큼 힘든 일은 없었다”며 “육아는 피할 수도, 의논할 수도 없는 ‘절대적인’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1년 만에 직장을 포기한 양씨는 현재 남편 김씨와 함께 만화를 그리며 쑥쑥닷컴(www.suksuk.co.kr)에 육아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아직도 극렬이는 아빠에게 달라붙지만 놀아주는 일은 유치원 교사 출신인 양씨가 더 잘한다.

김씨는 “부부가 서로 자기 일만 먼저 하겠다고 하면 둘 다 일을 그르친다”며 “육아와 집안일을 나눠 하다보면 느리지만 둘 다 일을 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여성에게 양육책임을 전가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라는 모성신화 때문. 그만큼 여성들은 아이를 직접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으로 나쁜 엄마 강박증에 시달리기 일쑤다.

그러나 설치미술가인 백미현씨(41)는 명서(9)와 명민이(4)의 ‘나쁜 엄마’를 자처하고 있다.

설치미술가 백미현씨는 ‘나쁜 엄마’를 자처한다. 그는 ‘모성신화를 깨자’는 주제의 전시를 열어오고 있다. 김미옥기자

백씨는 “작가활동과 엄마로서의 활동 두 가지를 동시에 잘 해내야한다는 강박관념은 어느 한 가지도 완벽하지 못하다는 자괴감과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동반한다”며 “완벽한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독일 유학 시절 결혼해 아직까지 유학생 신분인 남편과 떨어져 살고 있는 백씨는 “친정엄마가 나에게 보여준 희생적 엄마는 못되지만 아이들과 함께 문화를 향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엄마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국남 양은순씨 부부와 백미현씨는 재단법인 서울여성(www.seoulwomen.or.kr)이 13∼15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개최하는 서울여성문화축제 ‘유쾌한 치맛바람, 보살핌’에 참가한다. 김씨 부부가 속한 부부만화가 모임 ‘만만디’는 ‘좌충우돌 육아만화’를 전시한다. 또 백씨는 다른 두 명의 작가와 함께 ‘나쁜 엄마들, 땅에 발붙이다’라는 설치전을 갖는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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