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만화학 박사 제1호가 탄생했다.
중앙대는 17일 만화평론가 손상익씨(49)의 신문방송학과 박사논문 ‘한국 신문시사만화사 연구’가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국내 대학원
최초의 만화 관련 석사논문은 1973년 ‘만화가 아동의 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일고찰’(백은현)로, 박사논문이 나오기까지 31년이 걸린
셈이다.
논문은 ‘대한민보’ 창간호(1909년 6월2일자)에 실린 이도영 화백(1884~1933)의 1칸 만평에서 최근까지 약 100년간의
시사만화를 ‘미디어로서의 만화’라는 관점으로 규명하고 있다.
한국 신문시사만화사는 한국 신문역사의 영욕·부침과 동궤를 이룬 본류(本流)이자 또하나의 언론이었음을 밝혔다. 신문만화의 경우 미국은
오락만화, 일본은 생활만화를 주로 싣는 반면 한국은 ‘신문만화=시사만화’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손씨는 “초창기 신문만화는 요즘도 흉내내기 어려울 만큼 기예가 뛰어났을 뿐더러 도저한 지사적 저널리즘을 이룩했다”면서 “이후 한국
시사만화는 비판·저항 저널리즘의 맥을 이어왔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 신문에서 4칸 시사만화의 실질적인 출발은 45년 ‘자유신문’의 ‘혁맹아’이다. 4칸 시사만화가 대중적 인기를 끌어모으기
시작한 것은 동아일보 김성환 화백의 ‘고바우’와 경향신문 창간호인 55년 4월1일자부터 게재된 김경언 화백(1929~96)의 ‘두꺼비’였다.
그는 그러나 현재의 시사만화들에 대해 “소속 신문사의 논조를 대변하고, (신문사 내) 자체검열 시스템이 존속하며, 소재 자체가 정치 이슈로
편향돼 있다”면서 “과거 시사만화가들의 지사적 성격이 보혁 이데올로기 및 자사이기주의에 영향을 받으면서 퇴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씨는 신문기자 시절이던 91년 신춘문예 만화평론 분야에 당선된 한국의 제1호 만화평론가. 이후 ‘한국만화통사’(전2권) ‘망가 &
만화’ ‘한국만화인명사전’ 등 만화연구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실증적 기초자료를 집대성한 연구물들을 정력적으로 산출해온 ‘만화계의 르네상스맨’이다.
김중식기자 uyou@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