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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2-24 16:15
[앰배서더]‘악동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이희재 작가 (콘진CT뉴스)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454  
지난 14일 서울 난곡중학교에서는 ‘악동이’,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등으로 유명한 만화가 이희재 작가의 앰배서더 강연이 있었다. 중3학생 8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강연은 단편 애니메이션 ‘인생’ 감상으로 시작됐다.

이희재 작가는 벽돌을 짊어진 채 끊임없이 탑을 오르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인 ‘인생’을 통해 끝없이 어디론가 가야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이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완도의 섬중에섬에서 유년기를 보낸 이희재 작가. 이 작가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2년여를 나무를 하러다니면서 보냈다고 한다. 나무를 하러 다니는 와중에도 어디선가 구한 만화책을 보고 또 보고 했다고. 하지만 만화책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보다도 어려워 2년여 동안 읽은 만화는 몇 권 되지 않았다. 그 뒤 중학교도 가게 되었고 만화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지금의 만화가가 됐다.

마음 충분히 담긴 작품 그려야
이희재 작가는 “모든 예술작품에는 마음이 담겨있어야 한다”며, “만화도 마찬가지로 마음을 담아야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여러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스누피,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토토로, 우리나라의 둘리 같은 캐릭터들은 모두 우리에게 친숙하며 오랜 시간이 지나도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캐릭터에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많은 캐릭터들이 나왔다 사라지는 것은 마음이 충분히 담겨있지 못하고 캐릭터 성격이나 내용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기공룡 둘리에 등장하는 길동이는 김수정 작가 자신이며 둘리가 아직까지 사랑받는 것은 둘리라는 캐릭터 자체가 줄거리와 내력을 갖춘 생명력있는 캐릭터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특히 둘리는 사람이 아닌 동물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독특한 특징들을 많이 갖고 있다. 또 삼국지의 장비, 조조, 관우의 예를 들면서 이들 또한 확실한 성격을 갖추었기 때문에 많은 등장인물 중에서도 잘 기억되고 가슴에 오래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과거 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의 경우 내용과 내력이 빈곤해 대중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안겨주지 못해 올림픽이 끝나고 사라진 캐릭터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만약 까치와 호랑이라는 민화에 나오는 호랑이를 사용해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는 캐릭터로 만들었으면 지금까지 남아있는 캐릭터가 됐을지도 모른다.”

생명력 있는 작품만이 감동 줄 수 있어
이희재 작가는 또 “확실한 성격을 갖춘다는 것은 캐릭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며, “만화의 스토리도 생명력 있고 감동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번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구성해 만화를 그려오라고 했어요. 그런데 한 학생이 다른 학생들이 과제를 다 낼 동안에도 내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1주일 동안 보이지도 않았죠. 1주일 뒤 그 학생이 과제물을 가지고 왔는데 그동안 그 학생의 집안에 큰 일이 있었다고 말하더군요. 그 학생은 그 전에 군대에서 있었던 일을 가지고 만화를 그리고 있었는데 집안에 일이 있은 후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릴 수 없었다고 하면서 집안일을 소재로 만화를 그려 왔더라구요. 그 만화를 보면서 그 학생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림은 다른 학생보다 못했지만 이야기가 감동적이고 그 만화에는 삶이 담겨있었죠. 물론 그 학생에게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감동있어야 진정한 힘 얻어
이희재 작가는 또 ‘서태지와 아이들’을 예로 들며, 한때 이들이 은퇴를 선언했을 때 만화가 박재동 선생이 신문에 그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는 내용의 만화를 그렸다고 했다. “그 만화가 나간 후 박재동 선생이 한통의 전화를 받았답니다. 한 여중생의 어머니가 그 딸이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학교를 안갔는데 그 만화를 보고 다시 밥을 먹고 학교에 나가게 됐다며 고맙다는 얘기를 했더랍니다. 이처럼 만화든 어떤 것이든 마음이 담겨있고 감동을 줄 수 있어야 진정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자신의 진실된 마음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희재 작가. 3학년 이호열 학생은 “유명한 만화가 선생님을 직접뵙게 되어 영광스럽다”며, “나도 내 생각과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감동, 예술과 대중 연결하는 힘
-현재 문화콘텐츠산업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문화콘텐츠산업이 잘되려면 핵심 알갱이가 있어야 한다. 핵심 알갱이는 바로 창작으로 창작이 두터워지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야 이 산업이 외형적 뿐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높은 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바로 감동이 있는 작품을 의미한다. 감동은 예술과 대중사이, 사람과 사람사이를 연결해주는 힘이며 나를 움직이고 상대방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감동이라는 바탕 위에 비즈니스가 존재하는 것이지 감동은 없고 비즈니스만 있어서는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현재 우리 만화 업계에 대해.

▶우리 만화계가 지금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는 전환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안일하게 주어진 매체에서 작업했던 것에서 벗어나 조금 더 밀도있고 전문화되고 섬세해진 만화를 그릴 필요가 있다. 또 그림만 잘 그리는 시대를 넘어 감동과 아울러 지혜와 정보가 어우러진 만화를 창작해야 한다. 즉 공부를 더욱 많이 해야 하고 일본만화라고 무조건 비판할 것이 아니라 그들 만화에서 배울 것은 배우는 자세도 필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우리만화연대 회장을 맡고 있고 여러 가지 만화창작 외의 일이 많은 편이다. 앞으로는 오로지 창작에만 온 힘을 쏟고 싶다. 다음 작품은 엄마를 찾아가는 7살짜리 아이의 이야기다. 전쟁 전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에게 밥을 해주기 위해 신의주에서 70km 떨어진 평안도 선천에서 신의주까지 백오십리 길을 어머니를 찾아 가는 쌀을 이고 걸어간 아이의 실제 이야기를 듣고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 아이를 움직이는 힘을 그리고 싶다. 현재 구상과 취재 모두 마친 상태다.

허혜진 기자(newsinfo@koc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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