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12-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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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독자 위한 `태백산맥의 시각적 재구성`(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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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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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태백산맥 / 조정래 원작·박산하 만화/더 북 컴퍼니::) 태백산맥이 어떤 책인가. 20여 년 동안 대학생의 필독서 목록을 채우던 교양서이자, 한때 대학생의 사상학습 입문서였고, 한국현 대사의 복잡한 맥을 훤하게 짚어주던 역사서이기도 했다. 이념 논쟁을 떠나, 몇 십년 간 수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사랑받 아 온 스테디셀러다. 그런데 이 장대한 서사시는 모두 10권에 달 한다. 시각 이미지에 익숙한 어린 학생들에게 어떻게 이것을 읽 힐 것인가. 그러나 걱정할 것은 그리 없어 보인다. ‘진짜사나이 ’의 박산하가 그린 이 만화를 보면, 철저한 고증 후에 그려낸 1 930년대 벌교의 구수한 풍경을 비롯하여 눈짓, 손끝 하나, 표정 하나, 눈빛까지 살아있는 묘사 하며, 한 장 한 장이 술술 넘어가 는 재미있는 구성의 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작가 조정래와 만화가 박산하는 지난 봄부터 ‘태백산맥’의 무 대가 된 지리산과 벌교 일대를 함께 둘러보며 세심하고도 치열하 게 작품의 틀을 만들어왔다. 원작 소설은 방대한 분량인데다 복 잡하게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만화에선 어린 독자에 맞게 재구성했다.
특히 이 작품의 미덕은, 최근 일부 학습만화들이 초등학생용이라 고 해서 수준을 ‘낮추기’만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데 반해 어린 독자들의 눈높이에 잘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벌교 특 유의 사투리 입담을 덜어낸 것이 아쉽지만 대사를 쉽게 다듬었다 .
실제로 1권을 보면, 한 형제인 모범생 김범우와 독립투사 김범준 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그리고 염상진에게 쏠린 부모의 편애 때 문에 성격이 비뚤어진 염상구는 다소 코믹하게 그려져 우등생 염 상진과 대치된다. 인물들이 균형 있게 놓여 있는 동시에, 뒤에 벌어질 장대한 사건들을 암시하며 초반에 복선도 차곡차곡 배치 돼 있다. 조정래씨도 “읽고 나서 트집 잡으려고 몇 번 거듭 봤으 나 쉽고 재미있어 술술 읽히는데다 틀린 곳도 없더라”며 만족해 했다. 만화가가 되고 싶어 만화를 손수 그린 적도 있다는 조씨는 지금도 만화를 즐기는 만화 팬이란다.
시각에 민감한 요즘 아이에게 빽빽한 글자나 공식을 주입할 수는 없다. 복잡한 한국 현대사를 씹어 삼키도록 하려면 당의정이 필 요하다. 이 점에서 만화란 참 적절한 매체다. 앞으로 이 만화가 10권이라는 장거리를 가는 동안, 즐거움 속에 영양가를 빼곡히 심고 끝까지 질주해 가기를 기대해본다.
이영미·만화스토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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