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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2-21 16:53
`태백산맥`인기 만화로 이어지나 (매일경제)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519  
"만화 그리느라 애 많이 썼어. 원작과 어긋나는 점도 거의 없고 말야. 특히 그 림들이 아주 예뻐. 내 손주 녀석들이 얼마나 재미있어 하던지 자리에 앉자마자 30분 만에 다 읽어치우더라고."

"오히려 쑥스럽습니다. 컬러가 좀 흐리게 나와서 속상하기도 하고요."

만화책 한 권을 손에 든 소설가 조정래 씨(61)는 흐뭇하게 웃으며 만화가 박산 하 씨(37)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48년에 일어난 여순반란사건을 소재로 질곡 어린 한국 현대사를 조망한 조씨의 역저 '태백산맥'이 발간 18년 만에 처음 박 씨 손에 의해 만화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20일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만난 조씨와 박씨는 만화 '태백산맥'(더북스 컴퍼니 펴냄)이 어린이들에게 한국 현대사를 알기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초 출판사 제의로 만화작업을 맡은 박 산하 씨는 "소설 속 상상력이 오히려 만화로 갇혀지는 게 아닌가 두려웠다"며 "당시 시대상을 세세하게 검증하고 복원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 검증을 위해 직접 양손을 걷어붙이고 나선 사람은 조정래 작가다. 조씨와 박씨는 지난 5월 말 3박4일 일정으로 전남 벌교와 지리산 일대를 일일이 답사 하며 만화 배경을 그리는 데 필요한 '산지식'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조씨가 만 화 '태백산맥'의 탄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소설에 등장하는 280여 명의 인물을 얼마나 독창적이고 개성있게 그려내는가에 있었다.

"문학이 문자와, 미술이 색깔과, 음악이 소질과의 싸움이라면 만화는 인물, 즉 캐릭터와의 싸움이야. 여러 인물들이 나름대로 구별되는 독특한 얼굴을 갖고 있지 않으면 만화를 보는 독자들도 외면하기 쉬워."

조씨의 지적을 들은 박 작가도 "텍스트 속 인물상을 정확히 포착하고 캐릭터화 하는 데 정신을 집중했다"고 답했다. 원작 소설 10권을 대상으로 이제 만화 1 ㆍ2권을 출간한 박씨는 내년 9월 10권 완간을 목표로 현재 작업에 매진중이다.

특히 1권은 소설에서 분산적으로 제시된 등장인물의 어린 시절 이야기만 따로 간추려 그렸다. 김범우 염상진 염상구 하대치 등 갈등을 빚어가는 주요 인물의 어린 시절을 간결한 선과 색깔로 새롭게 구성했다. 특히 염상구에게 농락을 당 하다 비운의 여전사로 변신하는 외서댁(명자)의 어린 시절을 비롯해 염상진ㆍ 상구 형제의 아버지 염무칠과 하대치의 아버지 하판석의 청년 시절도 소상히 소개된다.

박산하 씨는 "원작을 여러 번 읽을수록 느낌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짧지만 방 대했던 역사를 단 한 컷의 스케치 장면으로도 쉽게 이해하도록 그리는 데 주력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시절부터 만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소질이 없어서 만화가 꿈을 포기했다" 는 조정래 씨는 자신의 소설이 만화로 자칫 희화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 해서도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조씨는 "어린 시절 만화 한 편이 주 는 감동은 평생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한국 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한 어린이들 이 나중에 기성세대가 돼서도 우리 역사를 올바로 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자신의 소설이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노인이나 어린이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점을 특히 아쉬워했다. 그는 "그 동안 내 소설을 TV 드라마로 제작해 더 욱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소설 속 사상이 문제가 된 모양인지 매번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결국 그 아쉬움은 조씨가 어려서부터 좋아한 만화 로 풀리게 된 셈이다.

조씨는 현재 자신의 다른 소설 '아리랑'과 '한강'의 만화 출간 작업에 대해서 도 출판사에 '오케이 사인'을 보낸 상태다. 그는 "우리 어린이들이 만화책 10 권 정도는 하루 아침에 금방 읽어낼 수 있다"며 "내 소설 3권이 각각 만화책 1 0권으로 나온다면 아이들은 3일 만에 한국 현대사의 대강을 조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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