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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2-27 17:05
긴긴 겨울밤을 지펴줄 만화 신간들 (오마이뉴스)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590  
<설국열차><동양인 수프><천일야화>

파국을 향해 질주하는 노아의 방주 <설국열차>


▲ <설국열차>
ⓒ2004 현실문화연구
이것은 미래의 이야기.

전쟁이 터지고, 기후무기를 사용한 인류는 영하 85도에 이르는 혹한 앞에서 종말에 직면하게 된다.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백색의 세상에서, 1001량의 설국열차는 인류 최후의 생존자들을 싣고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 열차의 엔진이 멈추는 순간, 인류는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열차에 올라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일의 종말을 준비하며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여유는 보이지 않는다. 황금칸에서 꼬리칸까지, 엄격하게 나뉘어진 계급의 벽 앞에서 그들은 권력의 유지를 위해 혹은 코앞의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칠 뿐이다.

호화로운 상류사회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황금칸 사람들과 돼지우리에서처럼 서로 뒤엉킨 채 단 한 시간만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소망인 꼬리칸 사람들. 종착역의 이름은 결국 ‘멸망’일 수밖에 없는 설국열차.

정보의 독점과 조작, 학살과 폭력이 지배하는 이 열차 속 풍경은 어쩌면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올라타고 있는 ‘지구’라는 이름의 열차는 오늘도 우주 속의 무한궤도를 쉬지 않고 질주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미래의 이야기. 그러나 바로 지금 이곳에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장 마르크 로셰트, 자크 로브, 뱅자맹 르그랑/현실문화연구/1, 2권 각 13,000원, 15,000원

*1권의 시나리오를 쓴 자크 로브는 1986년 앙굴렘 국제만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작가이다.

섬세한 필력으로 걸쭉하게 우려낸 이민 1.5세대의 특별한 일상 <동양인 수프>

▲ <동양인 수프>
ⓒ2004 길찾기
만화가이자 삽화가인 데릭 커크 킴(김지훈)은 대한민국 구미시가 고향인 미국이민 1.5세이다. 그의 작품집 <동양인 수프>의 뚜껑을 열면 화려하게 장식된 고명이 먼저 눈길을 끌어당긴다.(Publishers Weekly 선정 2003 최고의 책, 2002~2003 Ignatz Award 수상, Eisner Awards 노미네이트 등의 수상 경력에서 "미국의 모든 만화가 중 올해 가장 전망이 좋은 작가"[스콧 맥클루드, 만화가]라는 찬사까지)

서구적이지만 동양의 감성이 느껴지는, 낯설지만 어쩐지 친근해지는, 그의 그림체는 만화 미식가라면 틀림없이 군침을 흘리고 말 정도로 매혹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동양인 수프>의 가장 큰 매력은 걸쭉하고 담백하게 우러난 이민 1.5세대들의 일상의 모습 속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생활의 한 조각을 그대로 오려다 붙인 것 같은 일상적인 대화들이 책장을 넘기는 동안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그 대화 속에 섞여있는 가학적인 혹은 자학적인 농담과 재담들은 웃으면서도 기분이 씁쓸해지는 독특한 경험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오늘 저녁의 (독서)메뉴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 <동양인 수프>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혹시 후회하게 된다면? 어쩌랴, 그것이 바로 ‘다르면서 같은’ 우리들의 일상인 것을.

-데릭 킴/길찾기/6800원

상상력으로 다시 세우는 페르시아의 궁전 <천일야화> 1

▲ <천일야화>
ⓒ2004 서울문화사
침략과 파괴. 지난해에 있었던(그리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우리에게 상실된 인간성과 파괴된 문명의 처참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었다.

우리들이 만화와 이야기를 통해 꿈꾸고 상상하던 페르시아의 궁전, 모험과 낭만이 가득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피칠갑을 한 폐허의 모습으로 누워있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던 탓일까? 우리의 만화작가들이 독특한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아라비안나이트>가 앞다퉈 연재, 출간되어 독자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원전의 해석과 재미에 충실한 신일숙의 <아라비안나이트>, 온라인만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과 함께 강렬한 그림과 스토리로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는 양영순의 <1001>, 그리고 만화가 한승희와 스토리작가 전진석이 함께 지어낸 <천일야화>까지, 우리 작가들이 상상력으로 다시 세운 이 페르시아의 궁전을 바라보노라면 어린 시절 TV를 켜고 <신밧드의 모험>이 시작하기를 기다리던 때의 설렘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특히 <천일야화>는 그 파격적인 설정으로 연재 첫 회부터 독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수많은 독자들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던 세하라자드의 비밀은 과연 무엇인지. 그 수수께끼를 풀어줄 열쇠는 새로 출간된 단행본 속에 숨겨져 있다.

-한승희, 전진석/서울문화사/4,000원

만화로 듣는 재즈 < jazz it up! > 1~2

▲ <재즈잇업!>
ⓒ2004 고려원북스
멋있다, 난해하다, 낭만적이다, 자유스럽다…. 우리가 재즈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런저런 선입관들은 이제 여지없이 무너지게 되었다. 유쾌하고 즐거우며, 심지어 ‘우끼기’까지 한 재즈입문서, <재즈 잇 업(jazz it up!)> 때문이다. '만화로 보는 재즈 역사 100년'이라는 부제가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만화로 펼쳐지는 재즈 100년의 역사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1권에서는 재즈 스타일의 변천 과정이 루이 암스트롱, 듀크 엘링턴, 디지 길레스피, 찰리 파커, 마일스 데이비스 등의 연주자 중심으로 서술되고, 2권에서는 즉흥 연주의 개념, 난해하기로 이름난 아방가르드 재즈의 이해 등 딱딱할 것 같은 이론들이 재미나게 설명된다.

지은이 남무성은 연주자들의 개성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매력적인 그림을 선보이는데, 낮은 채도의 색감은 재즈가 가진 이미지와도 잘 어우러진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재즈전문지의 발행인, 공연기획자, 재즈비평가 등의 이력이 책의 내용에 신뢰를 더해준다.

* 주의 : 재즈의 골수 마니아라면 책을 펼치기 전에 청심환을 복용할 것. 자신이 숭배하는 음악과 연주자가 희화화되는 데에서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음.

-남무성/고려원북스/15,000원(부록 CD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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