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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2-24 16:09
강풀의 장편만화 ‘아파트’ (한겨레신문)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311  

매일밤 9시 56분이면…

<순정만화> 작가 강풀(강도영·30)의 두번째 장편만화 <아파트>가 나왔다. 지난 5월부터 인터넷포털사이트에 연재된 것을 묶었다. 강풀 신드롬을 일으켰던 <순정만화>가 띠동갑 연인의 울림 큰 사랑 이야기인 반면, <아파트>는 본격 공포 스릴러물이다.

강풀의 필살기는 역시 서사의 힘. 여기서도 참신하고 세련된 줄거리가 두드러진다. 거기에 단위별 이야기가 퍼즐처럼 꼼꼼히 맞물리며 긴 호흡의 장편이 맛깔스럽게 짜여진다.

단절이 불러온 공포 그려

고혁. 행복아파트 나동에 살고 있는, 삶이 고단하고 외롭지만 명랑한 29살 백수다. 우연히 건너편 가동 사람들이 밤 9시56분만 되면 집안의 불을 끈다는 걸 발견한다. 그런 집이 늘어날수록 자살 등으로 죽어가는 이도 늘어난다. 아예 낮밤으로 불이 꺼진 채 인기척 없는 707호, 종일 독신녀가 흔들의자에 앉아 초점 없이 창밖만 보고 있다가 9시56분만 되면 소등되는 704호. 불이 꺼졌던 집의 누군가가 이튿날이면 죽는다는 걸 알게 된 혁은 704호 독신녀만은 반드시 자신이 살리겠다며 공포의 가동에 발을 들인다. 자꾸 눈물이 날 만큼 짙은 독신녀의 외로움을 보았고, 그건 바로 자신의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유연. 어릴 때부터 하반신 장애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 딸이 안쓰러운 부모와 외로움이 몸에 밴 유연이 서로 주고받는 어색한 웃음. 하지만 그마저도 부모가 사고로 죽게 되면서 사라진다. 유연은 하루 일과를 마친 뒤 가족이 올망졸망 둘러앉는 밤을 증오한다. 누구도 704호를 찾아오지 않는데, 건너편 가정에 웃음과 정이 오가는 밤은 자신에게 애오라지 고통이다.

아파트는 관계의 단절을 상징한다. 저마다의 외로움이 관계론적 방식으로 녹을 수 있는 가능성을 아파트는 차단한다. 그 외로움은 사람을 베게 마련이다. 이혼당한 뒤 우울증에 걸려 자기를 철저히 가뒀던 707호의 신정수가 이웃에 이끌려 집밖으로 나왔을 때, 눈 앞에 부시도록 펼쳐진 푸른 하늘과 대비된다.

먼 거리에서 전체 그림을 그린 뒤 에피소드별로 사건을 재생해 사연을 구체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이 공포 영화식 미장센과 함께 어울린다. 만화가 못 담아낼 이야기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작품이다. 내년 6월께 영화로 만들어진다. 문학세계사. 모두 2권. 각권 9900원.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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