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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1-04 18:23
인터넷 캐리커처 작가 김현우씨 (경향신문)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881  

캐리커쳐 작가라면 길거리에 이젤 세우고, 스케치북 펴고, 빵모자라도 써야 폼이 날 것 같다. 그러나 캐리커쳐 작가 김현우씨(25·공주대 만화예술학과 4년)는 이젤과 빵모자가 없다.

길거리 대신 인터넷에 자리를 폈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려 다시 올려준다. 신청자는 다운로드 받는다. 연필도 스케치북도 없다.

펜 모양 마우스를 ‘연필’삼아 전용 패드 ‘스케치북’에 그린다. 컴퓨터 화면에 스케치가 뜨면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색깔을 입힌다. 30분이면 그림 한 장이 뚝딱 완성된다.

“손으로 그리는 것보다 더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수정하기도 쉽고요. 훨씬 빠르죠. 캐리커쳐가 원래 단숨에 그려주는 그림이니까 디지털 작업에 잘 맞는 것 같아요.”

만화를 공부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재미삼아 캐리커쳐를 그린다. 캐리커쳐를 본격적으로 접한 건 올해 초. 우연히 해외 캐리커쳐 웹사이트에 들어갔다 깜짝 놀랐다.

길거리 초상화로만 생각했던 캐리커쳐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당당히 대접받고 있었다. 해외 웹사이트 뒤지고 외국 서적 사서 공부했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러스트 그릴 때 쓰는 그래픽 프로그램을 캐리커쳐에 이용하면 어떨까. 길거리에 컴퓨터 세워놓고 마우스로 그림 그려 곧바로 프린트 해줄 수 있을텐데.

한번 제대로 그려보고 싶었다. 지난 3월 인터넷에 ‘캐리커쳐 클럽(faceface.cyworld.com)’이란 인터넷 커뮤니티를 열었다. ‘사진 신청하면 무료로 캐리커쳐 그려 드립니다’라고 내걸었다.

처음엔 아는 사람 50명 정도가 들락날락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500명이 되더니 5,000명으로 늘어났다. 그려 달라는 주문이 매일 수십장씩 쏟아졌다. 신청자가 많을 땐 하루 300명이 넘었다. 혼자서는 벅찼다. 학과 선후배, 고등학교 동창 등 만화 그리는 친구 9명을 작가로 초청했다. 매주 월요일 신청자 중 10여명을 뽑아 작가들이 한장씩 맡아 그려준다.

결혼 앞둔 커플,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학생, 아기 모습을 남겨두고 싶은 엄마, 여자친구에게 ‘고백’하겠다는 남자…. 그림 그려달라는 사람과 사연은 다양하다. 부모님 사진을 내밀 땐 아무리 바빠도 거절할 수 없다.

부모님 그림 부탁받고 주름진 두 분을 영화 ‘로마의 휴일’ 주인공처럼 그려드린 적이 있다. 결혼기념일 선물로 드렸단 말을 들고 마음이 뿌듯했다.

인터넷 게시판을 보고 백화점·리조트·대학축제 등에서 캐리커쳐를 부탁했다. 지난 8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에 참가했다. 최신형 컴퓨터를 협찬받아 펜 마우스로 그림을 그려 즉석에서 프린트해줬다. 꿈꾸던 대로다.

특징을 과장해 재미있게 그리다보면 신청자가 좋아하지 않을 때도 있다. 앞니 튀어나온 걸 보고 ‘토끼’로 그려 놓으면 표정이 떨떠름해진다. 한 캐리커쳐 행사장에선 함께 온 중견 작가들에게 밀려 1주일 만에 문을 닫았다. 재미있게 그리는 김씨보다 예쁘게 그리는 다른 작가가 인기 높았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그릴 순 없어요. 캐리커쳐는 본래 특징을 극대화하는 그림이잖아요. 그렇다고 신청자를 기분나쁘게 할 순 없죠. ‘예쁘게 과장하기’가 쉽지 않아요.”

내년 2월 졸업한다. 졸업 후 친구들과 캐리커쳐 쇼핑몰을 만들 생각이다. 인터넷으로 사진을 접수해 그림 그려주고, 쿠션이나 컵에 새겨 캐리커쳐 소품도 제작하려고 한다. 그림에도 더 많이 공들이고 싶다. 캐리커쳐를 상품이 아닌 ‘작품’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펜마우스를 힘차게 휘두르는 캐리커쳐 자화상대로 말이다.

글 최명애기자 glaukus@kyunghyang.com / 사진 박재찬기자 jc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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