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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2-28 18:20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창립의 의미와 과제 (컬쳐뉴스)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149  



지난 12월 18일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KIAFA)가 공식 발족했다. 지난 세기인 98년부터 필요성이 요구되어왔던 독립애니메이션 진영의 단일화된 조직 체계가 무려 6년 만에 그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독립애니메이션 진영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독립영화, 혹은 좀 더 구체적으로 독립극영화나 독립다큐멘터리 진영과는 조금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80년대 사회의 변화를 열망하는 영화운동의 한 형태로 함께 시작되긴 하였으되, 매체의 접근성이 실사영화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 다른 장르의 영화운동들처럼 활성화되진 못했으며, 80년대의 독립애니메이션이라고 할만한 작품들이라곤 페이퍼 애니메이션이라고 할만한 최정현 감독의 <방충망>이나, 노동자뉴스제작단에서 제작한 <노동자뉴스>에 삽입된 애니메이션 등 손꼽을 만한 숫자였다. 그러기에 애니메이션을 통한 영화운동은 그 발길이 더딜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독립애니메이션 진영이 80년대말 90년대 당시 활발한 독립영화운동과 달리 한국의 사회번혁 운동이나 문화변혁 운동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셀 애니메이션 제작방식이 주류였던 90년대 초 애니메이션을 통해 사회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독립애니메이터들은 서울무비라는 상업 애니메이션 회사를 통해 <와불>, <빌보드사인> 등 사회의 변혁과 비판적 시각을 담은 단편 셀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독립영화 진영과 연대하였으며, 하청 중심의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들이 퍼스널 컴퓨터의 발전이라는 기술적 발전의 기반 위에서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독립애니메이션으로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전문적인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을 수료하지 못하고 애니메이션 제작을 시작했던 독립애니메이션 1세대 감독들은 애니메이션 제작단체를 꾸리고, 스스로 워크샵을 개최 새로운 인력들을 생산해내며 제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은 히로시마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발 등에 초청되면서 상업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하지만 독립애니메이션 진영은 그 활동영역을 완성해내기 전에 정부의 애니메이션 진흥정책이라는 바뀐 패러다임 속에서 다시 스스로의 자리를 재구성해야하는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았고, 독립영화와는 다른 지형 안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내어야 했다.

독립애니메이션 진영의 단일된 조직에 대한 열망은 이러한 환경 및 제도의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요구였다. 그 와중에 있었던 독립애니메이션 배급사 유네클럽의 계약 파기 사건과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저작권 침탈 사태는 단일 정책단위와 연대체의 구성을 더욱 강력히 요구하였고 이런 요구들이 독립애니메이션 진영의 독자적인 협의체 건설이라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었으며, 변화하는 매체 환경과 정책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라는 과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스스로 형성해 낸 것이다.

힘찬 첫발을 딛은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는 벌써부터 해결해야할 크나큰 과제들에 당면해 있다. 문화관광부의 직제개정을 통해 바뀌게 된 애니메이션 지원 지형의 변화 속에서 애니메이션 산업과는 대별되는 독립애니메이션의 진흥 정책을 이끌어 내어야 하며, [문화비전21]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소 정책에 있어 독립애니메이션 진영의 요구를 반영시켜야 할 현실적 과제들이 닥쳐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과제는 자연스레 한국에서의 독립애니메이션의 의미를 스스로 되물음할 수 있게 할 것이며, 독립애니메이션의 역할을 고민하게 할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문화 운동으로서, 그리고 애니메이션 산업과는 다른 문화로서의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구축해 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이 더욱 구체화되고 굳건해 질 수 있을 것이다.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
 

원승환_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amenic@kifv.org
[ATHⓒ컬처뉴스] 2004-12-28 오후 3: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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