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온라인만화 세대교체?
만화는 천만
관객 시대를 맞이한 영화판이 부러울 뿐이다. 올해 출판만화 시장(학습만화 제외)의 규모가 2000년에 견줘 절반이상으로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년·순정만화 잡지의 경우, 2000년 27종이던 게 올해에는 11종에 그쳤다. 이는 잦은 저작권 시비, 시사 만화가와 신문사의 갈등처럼 만화가
주변부 장르로 인식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올해 여러 만화가 드라마, 영화, 게임으로 제작되는 사례가 많아졌고, 온라인 만화가
급성장하는 등 ‘절망 속 희망 찾기’가 본격화한 해이기도 하다.
잦은 저작권분쟁·표절의혹 시사만평가들 수난까지 영화·드라마 제작붐‘희망’
● 침묵은 이제 그만=
만화계에서 제기하는 저작권 분쟁, 표절 의혹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 1100만부가 팔려 우리 만화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작가 홍은영씨가 1월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책을 펴낸 가나출판사 등을 상대로 3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며 한해
벽두를 열었다. 홍씨는 출판사가 무단으로 방송국과 만화영화·캐릭터 사업을 벌였다고 주장했고, 7월에는 거액의 인세를 출판사가 가로챘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고우영 화백의 원고분실 손해배상 승소, 만화 <바람의 나라> 작가 김진씨의 표절 의혹 제기,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뚱땡이>의 이희정씨가 문화방송 <두근두근 체인지>를 상대로 제기한 표절 의혹 소송이 줄을 이었다.
● 행복한 접선= 원소스 멀티유즈(원작 산업화)나 해외시장은 불황의 늪에 빠진 만화의 중요한 활로다. 올해 그 가능성을
드라마, 영화 따위에서 확인케 했다. 최종회 시청률이 40%를 넘었던 인기 드라마 <풀하우스>는 원수연의 동명 만화에, 영화
<바람의 파이터>, 드라마 <다모>는 모두 방학기의 만화에 뿌리를 뒀다. 강풀의 <순정만화>
<아파트>는 영화로, 박소희의 <궁>은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로 확정, 다시금 팬들을 만날 참이다. 2004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한국만화관에서 239만 달러의 판권 수출 계약이 이뤄진 것도 고무적. 이는 지난해 성과에 견줘 24% 늘어난 수치다.
● 만평가 수난시대= 촌철살인의 대명사인 시사 만평가들의 역로는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물론, 만화의 위상까지 에두르는
일 같아 만화계를 울상짓게 했다. <세계일보> 조민성 화백이 신문논조와 맞지 않는 만평을 그린다는 이유로 2개월 동안 직무정지
당했다가 복귀했다. <문화일보> 역시 이재용 화백의 만평을 논조와 어긋난다며 3차례에 걸쳐 일방적으로 누락시켜, 편집권 독립과
시사만화의 독립성 문제를 다시금 불 지폈다.
● 온라인 만화, 대안 아닌 주류?= 문예진흥원이 ‘올해의 예술상’ 독립예술분야의 우수상 수상작으로 독립만화 웹 사이트인
‘악진’을 선정한 것은 올해 온라인 만화의 격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프라인 만화를 선도한 양영순 등도 웹 세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온라인
만화만의 독창적 연출과 페이지네이션이 새로운 만화 언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공사가 올 중반 <오후> <비쥬>를 폐간한
‘메가톤급’ 충격을 완충하는 데 있어 온라인 만화의 공이 적지 않다. 포털 사이트에서 다투어 웹진을 만들며 신진 만화가들에게 날개를 달아줬기
때문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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