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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01-01 11:24
분노하라! 상상력의 시동이 걸린다 (일간스포츠)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226  



양영순.
"젊은이들이여, 분노하라."

일간스포츠 최고 인기만화 <아색기가>의 작가 양영순 씨(33)가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들려주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도대체 왜 분노하라는 말인가. 취업이 안돼 먹고 살기 힘드니 사회에 대해 분노하라는 뜻인가.

2001년 1월 1일 첫 등장 이후 만 4년 동안 대한민국 만화의 흐름을 바꿔 놓은 <아색기가>가 오늘(31일)을 마지막으로 아쉽게도 연재를 종료한다. 독특한 상상력과 그림으로 '아색기가'류의 작품들을 만화계의 주류로 만들어버린 <아색기가>. 일간스포츠는 최고의 작품에 대한 예우로 새해 두 달 동안 <아색기가> '베스트 코너'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아색기가> 연재를 마치며 던진 '분노하라'는 말 역시 <아색기가> 작가답다. 최근 결혼 7년 만에 첫딸을 얻고 기쁨에 젖어 있는 작가 양영순 씨를 사당역에서 만났다.

분노하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 상상력에 관한 부분이다. <아색기가>는 상상력에 의존하는 부분이 큰 작품이다. 그래서 상상력을 이야기하면 작품에 대한 부분까지 자연스럽게 설명이 될 듯싶다.

상상력의 근원은 분노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분노는 지금 시대에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좋은 에너지다. 분노를 스트레스라는 말로 표현해도 상관없다.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만 나의 경우는 가슴속으로 삭인다. 분노가 쌓이는 것은 상대를 공격하는 마음이 된다. 그러면서 대상 자체를 분해하고 조합하게 된다. 마음속에서 대상을 할퀴고, 깨부수고, 터트려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재조합하는 것이 작가에게는 작품 활동이 된다.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드 김밥을 예로 들겠다. 정말 열받아 다 깨부수고 싶다는 욕구에서 나온 것이 누드 김밥 아닐까.

<아색기가>도 그런 욕구의 결과인가.

▲ 스트레스가 주어지는 환경이 오히려 창작하는 사람들에겐 필수조건이다. 인터넷 패러디 등도 젊은이들이 감정을 분출하는 긍정적 방식이다.

<아색기가>를 구상할 때 내 머릿속은 이렇게 돌아간다. 기본은 전혀 상관없는 대상들을 이질적으로 조합하는 것이다. 자동차와 여자 엉덩이를 조합한다고 치자. 자동차 범퍼는 인간으로 치면 엉덩이이기 때문이다. 범퍼와 여자 엉덩이가 부딪치면 어떨까라는 상상이 <아색기가>의 시작이다.

임산부와 유리를 조합해 보자. 임산부 배가 유리처럼 투명해 뱃속을 볼 수 있다면 인간이란 존재는 생명에 대해 좀더 경건해지지 않을까. 상황에 따라선 끔찍할 수 있지만 재조합의 결과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다. 영화 <매트릭스>도 현실이란 대상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작가가 얼마나 주변에 대해 고민했겠는가.

<아색기가>를 마감하는 소감과 앞으로 계획은.

▲ 10년 전 <누들누드>로 만화판에 들어왔을 때는 눈에 보이는 동료들이 있었다. 지금 돌아보니 같이 있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뒤돌아보니 되돌아 갈 수도 없다. 위의 그림에선 그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계속 뛰어야 한다. 싸우면서 만들어 가야 하는 상황이니 약오르기도 하고, 한편으로 고맙기도 하다. 나에게 분노의 에너지를 주니 말이다.

<아색기가>는 어려운 시기에 나를 받쳐준 버팀목이다. 일단 단행본 작업을 위해 <1001>을 마무리하고 2005년 10월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일간스포츠에 돌아오겠다. 분노를 창조의 에너지로 바꾸어 말이다.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장상용 기자<enisei@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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