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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2-30 14:08
'마법 천자문'의 작가 김규홍 씨 (소년한국일보)
 글쓴이 : 김종범
조회 : 2,635  
어려운 한자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학습 만화‘마법 천자문’ 시리즈가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첫 권이 나온 이후 10월 말 6권 발매와 동시에 200만 부 판매 기록을 달성한 것. 지금은 7권까지 나와 있는 상태이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만화로는 이례적으로 올해 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권장도서에 뽑혔고, 최근에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10 대 히트 상품 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재미’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마법 천자문의 작가 김규홍(30 세ㆍ시리얼 대표) 씨를 000에서 만났다.

“어린이들이 어려워하는 한자를 만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놀이하듯 쉽게 외울 수 있도록 한 것이 히트 비결인 것 같습니다.”

김규홍 씨는 대뜸‘마법 천자문’을 선보이기 위해 1 년여 동안 체계적으로 준비했지만, 솔직히 이렇게 큰 돌풍은 상상도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아직도 얼떨떨하단다.

이러한 그의 겸손과는 달리 이 책은 어린이의 눈길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시선도 ‘마법’을 건 것처럼 동시에 사로잡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무엇보다 한자를 만화 속에 버무려 쉽게 외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한자의 소리와 뜻을 주문처럼 외어야 마법이 풀린다는 카드 게임을 곁들여 흥미도 높였다. 예로 “불어라, 바람 풍(風)”하고 외치면 나무가 휘어지고 바람이 부는 그림과 함께 ‘풍(風)’자가 커다랗게 나타난다.

“공부라고 생각하는 순간 어린이들은 지겨워합니다. 단순 암기 방식이 아닌 한자 소리와 뜻, 모양을 한꺼번에 익히는 이미지 학습법을 택했습니다.”

그는 이 책을 펴내기 위해 창작 집단 ‘시리얼’을 만들었다.

시리얼은 ‘보다’(see)와 ‘현실’(real)의 합성어. 현실에 맞게 보다 많은 어린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학습 만화를 만들겠다는 큰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만화는 3권 때까지 독자에게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한자 학습을 위한 만화는 처음인데다 어린이가 한자 자체를 어려워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차츰 책을 읽은 어린이와 부모 사이에서 ‘한자 이미지에 강력한 효과를 주고, 이야기와 맞물린 한자가 여러 번 반복되어 학습 효과가 크다.’는 입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때마침 한자 학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 분위기로 인해 만화는 단번에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올랐다. 이후로는 승승 장구.

요즘에는 이 만화 속 풍경을 그대로 본 따 ‘불어라, 바람 풍(風)’, ‘숨겨진 걸 보여줘, 볼 견(見)’ 등의 대화가 어린이들 사이에 크게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100만 부를 넘기면서 시련이 찾아왔다.

“한자 검정 시험 급수에 따른 한자를 적절히 섞어 가면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어린이들은 재미가 없으면 금방 싫증을 내므로 억지 이야기에 한자를 끼워 맞추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멤버들은 마감 2 주 전부터는 작업실에서 2~3 시간 교대로 잠을 자면서 24 시간 작업을 해 오고 있지요.”

김 씨는 한자 공부로 이 위기를 극복했다. 늘 옥편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수없이 한자를 들여다보고, 천자문을 복사해 외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한자의 수준(한자 검정 시험용 급수)까지 줄줄 꿰고 있다.

“현재 6급 한자까지 소개됐지요. 권당 20 자의 새로운 한자를 다루고 있는데 20 권을 목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400 자를 앞으로 다룰 생각입니다.”

마법 천자문 한 권을 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 달. 약 2 주 동안 콘티를 짜고, 1 달 동안 원화 작업을 한 후 감수를 받고 교정 작업을 거친다.

그 중 가장 어려운 작업은 한자를 이야기 속에 적절하게 집어넣는 단계.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손오공에게 몰입돼 손오공이 한자 마법을 수련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사이 저절로 한자를 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자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당연히 작업도 점점 어려워지지요.”

그의 제1원칙은 그러나 만화를 처음 그리는 때와 마찬가지로 ‘만화의 질을 떨어뜨리지 말자.’이다. 어린이가 많이 읽는 만큼 많이 팔리는 만화가 아니라, 최고의 내용과 그림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시로 마법 천자문 홈페이지(www.magichanja.com)에 접속, 반응을 살핀다. 이야기가 어렵지는 않은지, 고쳐야 할 점은 없는지를 체크해 더 좋은 작품을 그려 내려고 애쓴다.

“앞으로 손오공은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더욱 멋있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용기(勇:날쌘 용)’.‘인내(忍:참을 인)’도 나옵니다.”

김규홍 씨는 이 책을 읽은 후 한자뿐만 아니라 어휘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 한 부모의 전화를 받았을 때가 가장 기뻤다며, 그 기쁨과 믿음을 깨트리지 않도록 더욱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서원극 기자 wks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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